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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회창 후보 아들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5일 당사를 방문 한 이 후보. | ||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단순한 병역비리 의혹공방 차원에 그쳤던 97년과는 달리 검찰의 전면적인 수사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병무비리합동수사반에 참여했던 의정하사관 출신 김대업씨가 관련자의 ‘녹취록’까지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그 진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일 김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병역비리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는 셈이다. 과연 김씨의 주장은 진실일까. 아니면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의 주장처럼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배후세력에 의한 ‘정치공작’에 불과한 것일까.
<일요신문>은 김대업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 본인은 물론, 정연씨의 병역 판정과정에 관여했던 당시 신검관계자 및 군검합수반 관계자들을 집중 취재했다.
<일요신문>은 최근 3개월여 동안 김대업씨와 10여 차례 만남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김씨는 이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혐의에 확신을 두고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동안 김씨가 주장한 내용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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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회창 후보의 장남 정연씨. ‘병역의혹’ 이 다시 일고 있다 | ||
“정연씨는 부당한 방법으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지난 97년 문제가 불거지자 증거를 없애기 위해 서둘러 대책회의까지 열고 ‘신검부표’ 등을 파기시켰다. 병역면제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대책회의가 왜 필요했겠는가. 정연씨는 병역브로커를 통해 면제받았다.
지난 99년 1~2월께 군검합수반에서 병역비리 전반에 대한 수사를 할 때 군의관과 하사관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진술을 거부하던 군의관과 하사관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과거에 자신이 관여한 내용을 모두 진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현재 군 구치소에 수감중인 박노항 원사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박 원사를 수사해 보면 다 나온다.”
김씨는 정연씨의 병역면제에 관여한 군의관에 대해서는 ‘전역한 군의관’이라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신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당시 김씨가 99년 수사과정에서 직접 들었다는 문제의 군의관의 진술내용은 이렇다. “97년 문제(이 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가 있었을 때 그(이 후보)쪽에서 한번 찾아와서 기억난다. (정연씨가) 부대에 입영해 신체검사를 받을 때(91년 2월11일쯤)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으로 면제시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체중은 면제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면제시켜줬다. 기억으로는 두 곳에서 연락이 왔었다.”
김씨는 수사 당시 국군춘천병원으로 병역비리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가지러 갔다가 이 같은 군의관의 진술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최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4개의 녹취테이프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바로 이 군의관의 진술 내용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이 후보측은 이 같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른 소설과 같은 이야기로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 후보측은 김씨뿐만 아니라 그동안 김씨의 주장을 기사화한 일부 언론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를 내세워 민사소송에 이어 최근 형사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과연 김씨의 주장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일요신문>은 정연씨의 병역면제 판정을 내린 군의관과 99년 군검 합수반 병무비리 수사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취재에 들어갔다.
정연씨가 최종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것은 91년 2월11일 국군춘천병원에서다. 당시 춘천병원장은 이성규 중령(현재 인천 모 안과원장)이었고, 신검 담당군의관은 진료부장 백일서 대위(모 대학병원 신경외과장)와 외래과장 이상학 대위(서울 모 피부과원장)였다.
이들 모두는 정연씨의 병역면제 과정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규정대로 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백일서 전 부장은 “지난 97년에 처음 문제가 됐을 때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워낙 파장이 컸고 언론의 관심이 집중돼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렴풋이 기억이 되살아났다”면서 91년 신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때 나이가 많고 유난히 키가 큰데도 이상하리만치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백 전 부장은 이어 기자가 제시한 정연씨의 병적기록표 사본을 살펴본 후 “신장과 체중은 민감한 부분이라 진료부장인 내가 직접 확인하고 기록했는데 내 글씨가 맞다”며 “여러 차례 쟀는데도 체중이 기준보다 미달해서 규정대로 면제 판정을 내린 것일 뿐 외부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압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연씨는 85년 1차 신검 당시 ‘1급 현역’판정을 받아 91년 2월 강원도 춘천 102부대로 입영했다가 국군춘천병원에서 정밀신검을 받고 면제받은 케이스.백 전 부장에 따르면 102부대는 서울자원들이 오는 부대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1주일에 두 차례 정도 신병들이 들어오면 1차적으로 신체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는 신병들을 골라내 춘천병원으로 데리고 와 정밀진단을 실시했다는 것.
이 가운데 신장·체중에 문제가 있는 신병은 진료부장이었던 그가 직접 확인한 후 다시 부대로 보내져 2~3일 정도 지난 다음에 다시 검사를 했다고 한다. 부대에서 정밀진단이 필요한 신병을 골라내거나 신장·체중에 문제가 있어 영내대기를 하는 시기에 체중을 점검하는 역할을 했던 군의관이 이상학 당시 과장이었다.
‘신검부표’는 바로 신장체중에 문제가 있는 신병이 영내대기를 하는 동안 외래과장이 부대에서 하루에 한두 번씩 측정을 한 기록이다. 이 부표에는 반드시 병원장의 사인이 들어간다는 것이 백 전 부장의 설명이다.그렇다면 정연씨의 병역비리 은폐의혹을 부추기며 파기논란을 빚고 있는 ‘신검부표’는 바로 당시 이상학 과장이 작성했고, 이성규 춘천병원장이 사인을 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별다른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 방배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이 전 과장은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어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외부로부터 부탁을 받거나 압력을 받았다면 기억이 남았을 것인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과장은 다만 “면제 판정을 내릴 때는 군 병원 각 과 군의관 9~10명이 한 자리에 모여 모두 보는 자리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쉽게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다”며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문제가 될 만한 결정이 내려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정연씨의 병역비리 가능성에 대해서 전면 부인했다.
이성규 당시 춘천병원장은 측근을 통해 “아는 것도 없고 언급할 만한 것도 없다”며 직접 인터뷰를 피했다. 이 측근은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가타부타 말하기 싫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91년 당시 춘천병원장과 군의관들의 주장대로라면 김대업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내용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에 대해 “지난 97년 대선 때 이미 입막음이 다 됐다. 지금에 와서 누가 골치 아프게 솔직히 다 이야기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99년 병역비리 수사 때 그 사람들(춘천병원 관계자)을 안찾아간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만났다는 진술도 나왔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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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년 병무비리 수사를 담당했던 고석 당시 국 방부 검찰부장은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 ||
김씨의 주장은 대부분 지난 98년부터 자신이 참여했던 군검합수반 병무비리 수사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를 근거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수사팀을 이끌었던 고석 검찰부장과 이명현 수사팀장 등 수사 관계자들도 정연씨의 병역비리와 관련돼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요신문>은 이들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고 전 부장과 이 전 팀장은 아직까지 국방부에서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분이어서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병무비리 수사 초기 김씨를 수사팀에 합류시켰던 이 전 팀장은 “당시 이 후보의 아들 두 명이 수사대상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관련 기록도 없었고, 공소시효도 이미 다 지난 것들이어서 전혀 손도 대지 못했다”고만 밝힐 뿐 “현역 신분이라는 점을 감안해 달라”며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병무비리 수사과정에서 김씨 등과 한때 마찰을 빚었던 고 전 부장은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하라”면서 인터뷰 요청을 완강히 거부했다. 고 전 부장은 다만 ‘정연씨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김씨의 주장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 입장을 밝히겠다”며 99년 수사 당시 일화를 공개했다.
“군검 병무비리 2차 합수반이 꾸려졌을 때 김대업씨가 내게 찾아와 ‘수사팀에 합류시켜달라’면서 했던 이야기다. 김씨는 ‘정연씨가 3천만원을 주고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때가 이회창 후보가 송파에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나왔을 즈음이었다. 김씨는 내가 이 후보의 병역비리 사실을 공개하면 국가적 영웅이 되고 국회의원(선거)에 나오면 당선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관련 기록이나 구체적인 증거자류를 본 적은 없다. 김씨는 미국에 있는 무슨 자료를 가져오면 된다고 했는데 그건 말뿐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고 부장의 이 같은 얘기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고 부장이 나에게 ‘수사팀에 합류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지만 내가 합류시켜달라고 부탁한 적은 없다”고 못박으면서 “고 부장을 신뢰하지 못했다. 정연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고 부장이 어디서 알았는지 물어봐서 알려줬던 것이지 안그랬으면 말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과 이른바 ‘대책회의’를 통한 은폐의혹을 제기한 김씨. 반면 국군춘천병원 관계자와 병무비리 합동수사반 관계자들은 대부분 비리사실을 부인하거나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혼자만의 ‘고독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한나라당측의 주장처럼 ‘끊임없는 허구’를 꾸며내고 있는 것일까.
김씨는 최근 한나라당과의 법정싸움에 대해 “이제 전면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선포했다. 익명을 요구한 과거 병역비리 합수반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수사팀 중 일부는 이 후보의 아들이 박노항 원사를 통해 병역면제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봤지만 수사를 하지 못한 채 의혹으로 그치고 말았다”고 전해 김씨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 관계자나 고 전 부장의 주장을 볼 때 김씨가 최소한 지난 99년부터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 싶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김씨가 그동안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추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성과물’을 얻었던 것일까. 김씨가 검찰 수사팀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녹취록’과 관련 증거물이 주목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