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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창동의 거리풍경.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하지만 그로부터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은 요즘 ‘북창동’ 밤거리는 다시 뜨겁다. 각지에서 이른바 ‘북창동 마니아’라는 주당들의 발걸음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북창동 유흥가에 대한 클린존 선포 이후 밤거리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들여다봤다. 포항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김아무개씨(35)는 지난 17일 오랜만에 만난 서울의 고교 동창들과 함께 ‘북창동’으로 향했다. 사업 관계로 한해에 두세 차례 서울에 올라오는 김씨는 1차 술자리가 거나해지면 곧잘 2차 자리를 북창동으로 유도하곤 했던 것.
김씨 일행이 찾아간 곳은 지난 3월에 들렀던 적이 있는 북창동 R주점. 하지만 김씨 등은 룸에 들어간 뒤 깜짝 놀라고 말았다. 파트너로 옆에 앉은 ‘아가씨’들의 옷차림이 한결같이 정장차림이었던 것. 아슬아슬한 비키니 패션으로 들어와 그것마저 바로 벗어젖힌 채 화끈한 ‘신고식’을 하는 게 북창동식 룸문화였기에 이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가씨들은 잠깐 눈치를 살핀 뒤 이내 옷을 벗고 예의 신고식을 벌여 나갔다. 약 2시간 정도 질펀하게 놀고 나온 김씨 일행은 나중에서야 요즘 북창동 유흥가가 검찰의 단속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IMF시절 이후 주머니 사정이 빈곤해진 직장 남성들에게 ‘룸문화는 강남식, 가격대는 강북식’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북창동 술집들.
이곳 업소들이 벌이던 ‘화끈한’ 서비스 경쟁은 결국 북창동만의 독특하고 야한 룸문화를 만들었다. 소문을 통해 일본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이어지자, 지난 월드컵 때에는 서울시가 ‘베스트 관광상품 100선’에 북창동 밤문화를 포함시키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가히 북창동의 절정기였다.
그러나 월드컵 직후인 지난 7월4일 서울지검은 북창동 일대를 서초동, 돈암동 지역과 함께 음란•퇴폐 청정지역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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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 | ||
이때부터 업소측과 당국의 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손님으로 가장한 검찰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화끈한 서비스’는 한때 멈춰졌다. 그 여파는 바로 나타났다.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것. vip24.com 등 술문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들마다 ‘북창동이 예전 같지 않다’는 글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8월 초 친구들과 북창동 술집을 찾았던 M씨는 한 사이트에 “북창동에선 신고식도 하고 화끈하게 놀 수 있다던데, 우리가 갔을 때는 술만 먹었다. 다신 안간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업소 관계자인 것으로 보이는 K씨는 “일행이 검찰 관계자인 것으로 우리가 오해했던 것 같다. 미안하게 생각하며 다음엔 성심껏 서비스하겠다”는 해명성 답변을 곧바로 올리기도 했다. 북창동 유흥가가 이처럼 움츠러든 사이 다른 지역에선 이른바 ‘북창동식 시스템’을 발빠르게 도입한 술집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강남의 C업소가 대표적인 예.
이곳은 아예 ‘강남 속에 북창동 C’라는 선전문구로 ‘화끈한 서비스’에 목마른 주당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업소 관계자는 “가격과 서비스 모두 완벽하게 북창동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주 2병, 안주 2개, 맥주 5병, 음료 10병, 아가씨 2명 등 ‘2인 기준 45만원’이라는 ‘공시주가’까지 책정해놓고 있다고.
최근 술꾼들 사이에 ‘제2의 북창동’으로 각광(?)받고 있는 곳은 서울 방이동 유흥가. K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얼마 전 친구들과 찾은 B업소는 처음 신고식부터 마지막 ‘전투’까지 오히려 정통 북창동보다 더 화끈한 수준이었다”고 소개했다. ‘전투’란 북창동식 룸문화에서 비롯된 은어로 아가씨들이 2차를 가지 않는 대신 직접 룸에서 치르는 즉석 유사 성행위를 말한다. 검찰이 퇴폐의 표본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나체 신고식과 함께 이 전투 행위.
유사 북창동식 술집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동안 과연 ‘원조 북창동’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지난 22일 기자가 찾은 북창동의 밤은 여전히 화려했다. 그날은 마침 검찰의 인사이동 발표가 있은 날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남성들이 골목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퇴폐, 퇴폐 하는데 오늘 퇴폐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드리겠다”며 팔을 잡아끄는 삐끼들도 있었다.
한 업소 사장은 “불법적인 매춘이 자행되는 강남 등 다른 지역의 룸 문화가 사실 더 큰 문제 아닌가. 피로에 찌든 직장인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번 화끈 構?스트레스 풀겠다는데 너무 때려잡기만 해서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했다. 북창동 업소 관계자들은 7월 말~8월 초 반짝하던 단속이 최근 느슨해진 점을 들어 “이곳 계속 단속하면 (선거 때) 남성 직장인들 표는 다 떨어져 나갈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울지검 형사7부 조욱희 주임검사는 “휴가철도 지나고 인사이동도 끝났으니 다시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창동의 밤은 당분간 이래저래 계속 시끄러울 전망이다. 감명국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