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사진기자.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 12조 371억 원으로 5년 연속 1위를 지켜 맏형의 자존심을 지켰다. 2위인 삼성물산(11조 2516억 원)과 7855억 원 차이가 난다. 올해 삼성물산이 1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안심할 처지는 못 된다. 삼성물산과 시평액 격차가 점차로 줄어들고 있어 곧 뒤집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삼성물산은 올해 자본금 증가로 경영평가액이 지난해보다 7229억 원 늘어났으며 공사실적 부문에서 현대건설과 격차를 4000억 원가량 줄였다. 또한 올 8월 초까지 해외수주 실적을 따지면 삼성물산은 108억 2700만 달러로 현대건설(46억 7000만 달러)의 두 배 이상이다. 내년부터 해외 수주 실적이 경영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전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건설의 최근 실적도 썩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과 경영평가액이 각각 2172억 원, 381억 원씩 줄었지만 공사실적, 기술능력, 신인도 평가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1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3위부터 6위까지는 2009년부터 대우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GS건설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올해는 GS건설이 ‘6위’로 추락한 것과 대림산업이 8년 만에 ‘4위’에 진입한 게 눈에 띈다. 지난해 6위였던 대림산업은 시평액 9조 327억 원을 달성해 2005년 이후 8년 만에 ‘빅4’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 해외 저가수주로 상반기에만 69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GS건설은 8년 만에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7~10위권에서는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이 7년째 순위 다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올해는 최근 3년 연속 11위에 머물던 한화건설이 처음으로 10위에 진입해 눈길을 끈다. 한화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002년 32위, 2004년 24위, 그리고 2006년 14위, 2011년 11위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 이번에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한 것이다. 황희태 한화건설 상무는 “지난해 5월 계약한 8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수주가 순위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30위권=그룹 건설사 ‘세대교체’
이들 상승세를 타는 그룹 계열 건설사는 침체된 주택시장에서 그룹 건설사들과 시너지를 내고 있는 사례지만, 반대 경우도 있다. 두산그룹의 두산건설·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처음 톱10 진입에 성공했던 두산중공업은 12위로, 두산건설은 12위에서 14위로 각각 두 계단씩 밀렸다. 두산중공업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고, 경영난에 빠진 그룹 계열사 두산건설의 4500억 원가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함께 미끄러진 것이다.
그룹 계열사 외에 호반건설이 지난해 32위에서 올해 24위(시평액 1조 7153억 원)로 8계단이나 수직상승하면서 30위권에 진입했다. 주택시장이 침체됐지만 동탄2신도시 등 수도권과 세종시에서 대단지 분양을 잇달아 성공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입지 여건이 양호한 택지지구에서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게 단기간 순위가 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산업과 쌍용건설은 계속 순위가 밀리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12위에 올랐던 금호산업은 2010년 워크아웃을 시작한 이후 2011년 13위, 2012년 16위, 올해 18위까지 순위가 밀렸다. 쌍용건설도 지난해 13위에서 올해 16위로 3단계 내려갔다.
#50위권=임대 주력 부영 약진
50위권 안에선 전년도 69위였던 부영주택이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1조 580억 원) 시평액으로 31위를 차지해 무려 38단계나 올라 눈길을 끌었다. 부영주택은 임대사업을 통해 마련한 탄탄한 현금을 통해 최근 아파트 분양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부영 관계자는 “지난해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었는데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2008년 말 이후 100위권에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의 처리를 받은 건설사가 45개사에 이른다. 이 와중에 최근 3년간 시공능력 순위가 급격하게 미끄러진 건설사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벽산건설. 2011년 26위에서 지난해 28위로 떨어지더니 올해 35위까지 내려갔다. 남광토건도 2011년 39위였으나 올해 42위로 추락했고, 남양건설(43→52→74위), 신동아건설(34→33→46위), 동일토건(68→67→84위) 등의 순위도 전년보다 크게 밀려났다.
#100위권 진입 9개사 눈길
올해 처음으로 100위권 안에 진입한 건설사 9곳 가운데 부영의 계열사인 동광주택의 순위 변동이 가장 크다. 동광주택은 지난해 268위에서 올해 95위로 무려 173계단이나 뛰어 올랐다. 부산에 기반을 둔 동일도 109위에서 64위로 45계단이나 상승했다. 같은 지역에 기반을 둔 협성종합건설은 103위에서 83위로 20계단이나 올랐다.
대구·경북의 중견 건설사인 서한도 111위에서 89위로 100위권에 진입에 성공했다. 진주혁신도시 덕을 본 한림건설도 118위에서 18계단 오르며 100위로 등극했다. 광주·전남 지역 중견건설사로는 남화토건이 110위에서 91위로, 같은 지역 동광건설은 104위에서 94위로 각각 순위가 사승했다. 서울에 기반을 둔 한미글로벌건축사사무소와 금강주택이 지난해 각각 116위, 102위에서 올해 97위, 99위로 100위권에 진입했다.
박일한 헤럴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