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4조 6000억 원까지 줄었던 코스피 순이익(연결재무제표상 지배주주이익 기준)은 2009년 53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 91조 3000억 원까지 늘어난다. 다만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85조 9000억 원, 81조 7000억 원으로 내리막이다. 올해에는 102조 6000억 원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보면 2008년 5조 5000원이던 순이익이 2009년 9조 6000억 원, 2010년 15조 8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고, 2011년 13조 4000억 원으로 잠시 주춤했다 지난해 23조 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삼성전자 순이익의 코스피 내 비중을 보면 2008년 15.9%에서, 2009년 17.9%로 높아졌다, 2010년 17.3%, 2011년 15.6%로 낮아졌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28.4%로 다시 급증했다. 올 해는 6월 말까지만 벌써 14조 6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어, 올 연말에는 30% 달성도 가능해 보인다.
연말기준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 현재 주식가치가 회사 순이익의 몇 배임을 나타낸다) 값을 보면 2008년 16.4배, 2009년 16.1배, 2010년 12.2배, 2011년 11.9배, 2012년 13.8배, 2013년 현재 10배 정도다. 지난 4년간 평균 PER값이 13.5배이고, 작년보다 분명 순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니까 저평가 상황, 즉 우리나라 주식이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할 만하다.
그런데 코스피 전체보다 삼성전자의 저평가 정도가 더 심각하다. 우선주를 포함해도 삼성전자 현재 시총이 210조 원이니까, 현재 PER은 7배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의 시총은 약 955조 원으로 연말까지 예상 순이익 70조 6000억 원을 대입하면 13.2배에 달한다. 올 순이익 전망치가 연말까지 주가에 반영된다고 할 때 삼성전자는 오를 여지가 많지만,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는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증권사들의 공통된 견해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코스피 전체에 대해서도 ‘매수’에 해당하는 비중 확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이른바 ‘선수’들은 지수 움직임은 그저 참고만 할 뿐,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증시에서 가장 큰 손인 외국인이나 연기금도 지수를 보고 투자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얼마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증권사들이 주식비중을 늘리라고 하더라도, 실제 투자에 나설 때는 지수가 아니라 종목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리서치센터장 출신의 한 전문가는 “사실 애널리스트들도 지수전망이나 지수분석이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주도주 중심의 종목장세가 뚜렷해지면서 지수 의미는 더욱 줄었다. 그런데 개인들이 워낙 지수에 민감하다보니 지수를 기반으로 한 시황자료를 내놓는다. 개인들은 지수 전망이 좋다고 하면 주식을 사려고 덤비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증권사 영업에는 도움이 된다”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증권사들의 ‘장난’을 막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종목별 주가수준이 저평가인지, 고평가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실적을 표시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실적발표를 할 때는 이익 총액과 전년동기대비 증감률만 표시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2012년 전년 대비 25% 늘어난 1000억 원의 이익을 냈다’는 식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A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대비 25% 늘어난 10만 원이다’라고 표시한다. A 사 주가가 현재 80만 원이라면, PER이 8배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시장 전체 PER과의 비교는 물론 경쟁사 주가와 비교한 가치도 쉽게 알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한 애널리스트는 “회사마다 발행주식 수와 액면가가 다르기 때문에 1주당 가격으로만 표시하면 일반인들은 경쟁사 대비 주식이 싼지 비싼지 비교할 수가 없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쌀 때 사지 못하고, 비쌀 때 팔지 못하는 것도 상대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