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줘? 아니면….’
대부분의 남녀들은 낯선 이성과 만났을 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줄 것인가를 두고 한 번쯤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냥 알려주자니 성가시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고, 막상 칼로 무 자르듯 헤어지자니 왠지 아쉬움이 남는 묘한 심리 때문.
그런 청춘남녀의 고민을 해결해줬기 때문일까. 최근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가 신원을 추적 당할 우려가 없는 ‘가상 전화번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투 넘버 서비스’라고도 불리는 이 서비스는 회원들에게 각자 가상 전화번호를 부여하고 이 번호로 연락을 하면 해당자의 휴대폰이 울리게 되는 방식. 채팅 중 호감을 갖게 되더라도 혹시 뒤탈이 생길까 우려해 전화번호를 주고받지 못하던 남녀들에겐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인 셈이다.
그러나 청춘남녀의 ‘만남 촉진제’로 쓰일 만한 이 새로운 서비스에는 벌써부터 ‘불륜 전화’나 ‘외도 전화’라는 별명이 붙어다니고 있다. 개인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 덕에 수많은 ‘탈선남녀’들이 앞다퉈 이 전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채팅사이트 ‘M닷컴’이 최근 개발한 ‘투 넘버 서비스’는 일단 회원으로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다. 회원에겐 가상 전화번호가 부여되는데 채팅중 상대방과 통화하고 싶으면 이 번호를 알려주면 된다. 상대가 가상번호를 누르면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 오는 것. 직접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의 신원이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이 가상전화 이용 비용은 1만원. 여성일 경우엔 현재 무료다. 전화번호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인지 하루가 다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게 M닷컴측의 얘기.
이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회원이 4만 명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남녀 회원 비율은 6 대 4 정도로 남성이 많은 편. 여성 회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남성은 30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회원 대부분이 유부남·유부녀
라는 점. M닷컴 관계자는 “기혼 회원들이 채팅을 하다가 마음이 맞으면 자신의 가상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연락해서 번개(즉석미팅)를 하는 일도 많다”고 귀띔했다.
탈선남녀들이 이 서비스에 몰리는 것은 밀어를 나누거나 약속을 잡기 위해 휴대폰 통화를 해도 ‘식별 가능한 흔적’이 남지 않기 때문.
바람을 핀 ‘전과’가 있거나 의심 많은 배우자를 둔 ‘탈선’ 기혼남녀의 경우 집에서 암암리에 ‘휴대폰 검열’을 당하기 일쑤. 발신자 확인 서비스를 받고 있을 경우엔 상대방이나 밀회 장소의 전화번호가 그대로 노출돼 불륜행각의 꼬리를 밟히기도 한다.
하지만 가상 전화번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휴대폰에 남는 것은 번호 ‘0’ 또는 ‘발신자 미확인’ 표시 정도. 휴대폰에 흔적이 남을까 노심초사하던 탈선 남녀들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전화 서비스인 셈이다.
지난 8월초 ‘외도 전화’에 가입했다는 K씨(34겴悶돗?는 “가슴 졸이지 않고 여성들과 비교적 자유롭게 연락하고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이젠 휴대폰에 신경 쓰다 아내의 의심을 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도 전화’는 소심한 남녀들을 대담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개인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자유롭게 연락처를 주고받게 되자 그만큼 ‘접속률’도 높아지게 된 것. 어찌 보면 ‘외도 전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가상 전화번호’ 서비스가 상당수 사람들로부터 ‘불륜 전화’ 정도로 인식되면서 단순히 호기심으로 회원에 가입한 이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태. 주부 J씨(33)의 경우 실수로 자신의 가상전화번호를 M닷컴 사이트의 프로필란에 공개했다가 뭇 남성 회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한번 보자’는 전화공세를 펴는 통에 한동안 휴대폰을 꺼두고 살아야 했다.
새벽까지 걸려오는 ‘늑대남’들의 전화에 노이로제 증세까지 보였던 J씨는 가상 전화번호를 바꾼 뒤에야 이 소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신원 노출이 안된다는 점을 이용해 ‘외도 전화’를 매매춘 수단으로 악용하는 이들까지 생겨난 상태다. M닷컴 관계자는 “전화 서비스를 이용해 매매춘을 제안하는 일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일일이 규제할 수도 없어 개개인의 양식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가상 전화번호 서비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제공된 지 불과 한 달 만에 ‘외도 전화’로 불리게 된 현실은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외도 남편’과 ‘바람 아내’를 둔 선남선녀들로서는 이래저래 외도 전화가 괘씸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지영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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