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회장이 과거 경영을 맡았던 계열사들의 원전 비리 혐의로 그룹 회장 취임 첫해부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사진출처=LS전선
국내 원전 시장에는 LS전선, 대한전선, JS전선, 서울전선, 극동전선, 경안전선 모두 6개 업체가 관련 부품들을 납품하고 있다. LS전선은 한빛 3~6호기, 한울 3∼6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1∼2호기에 제어 케이블 등의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른 업체들과 입찰가격을 조율해 낙찰가격을 높이거나 서로 낙찰 되도록 밀어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최근까지 LS전선과 JS전선의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현재는 그의 사촌형인 구자엽 회장이 양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LS전선과 자회사인 JS전선이 출혈 경쟁을 벌일 경우 서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JS전선이 제어케이블의 입찰에 나서면 LS전선은 다른 사업 수주에 나서는 등 두 회사가 담합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한 신고리 원전에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엄 아무개 JS전선 고문(52) 역시 LS전선 출신인 점에 주목, LS전선이 JS전선의 케이블 시험 성적서 위조를 공모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S전선은 지난 4월 12일 기준 JS전선의 지분 69.92%를 보유한 이 회사의 최대주주다.
2005년 LS그룹 CI선포식. 당시 LS전선 부회장을 역임했던 구자열 회장(왼쪽 두번째)이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재계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 만찬에서 제외된 점을 예사롭게 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구 회장의 만찬 배제를 두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JS전선 원전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최근 LS전선까지 추가로 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LS그룹도 현 정부의 대기업 사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원전 비리 수사 외에도 구 회장의 발목을 잡는 부분은 또 있다. 구 회장이 LS전선 대표 시절 인수·합병(M&A) 성공작으로 꼽혔던 미국 자회사 슈페리어에섹스(SPSX)와 중국 자회사 LS홍치전선의 실적 부진으로 LS전선의 상장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LS전선은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6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407억 원) 대비 60.3% 급감했다. SPSX와 홍치전선 등 해외 자회사들의 재고평가 관련 손실로 139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LS전선 측은 “SPSX는 미국 경기 문제도 있고 장부상 적자가 된 것도 있어 경기가 살아나면 실적이 금세 좋아질 것”이라며 “내년에 상장할 것이란 것은 시장의 예측일 뿐 우리 측에서 언제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으며 적절한 때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사이클 전도사’ 별명 골목상권 침해 논란
지난 2010년 LS네트웍스의 자전거 유통 브랜드 론칭 행사에 참석한 구자열 회장(가운데). 연합뉴스
지난 2009년부터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구 회장은 ‘사이클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전거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그룹의 종합상사인 LS네트웍스가 자전거 유통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구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뒀으며, 동생으로는 구자용 E1·LS네트웍스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구혜원 푸른상호저축은행 회장이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