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철수가 공무 수행을 위해 태국으로 떠나고 스튜어디스인 영희도 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여기에 철수의 존재를 알고 의도적으로 영희에게 접근한 의문의 사나이 라이언(다니엘 헤니 분)이 등장하면서 극의 긴장을 배가시킨다.
스파이와 이를 모르는 스파이 아내, 그리고 코믹과 첩보를 결합시켰다는 설정은 관객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하지만 처음 메가폰을 잡은 감독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개연성 문제가 이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철수와 동료들은 최첨단 기술로 사람들을 살펴보던 중 우연히 영희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영희가 자신이 임신 초기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감독은 총격전 속에서 비명을 지르고 납치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에 영희를 떨어뜨려놓는다. 게다가 영희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는 철수의 동료는 영희에게 윽박을 지르며 겁을 주고 라이언을 잡기 위해 그녀를 내보낼 때 굽 높은 하이힐도 허락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희는 수십 번 넘어지고 소리 지르며 공포에 사로잡힌다. 철수와 영희 부부를 더 감동적으로 만들기 위해 설정한 ‘임신’은 오히려 액션이 화려해질수록 관객들에게 걱정을 더해주는 마이너스 요인이 돼버렸다.
또한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액션신은 할리우드 첩보 영화 장면들을 늘어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국적인 태국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차 추격전, 피날레를 장식하는 헬기 액션신은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패턴이다.
하지만 ‘코믹’만은 한국 영화의 특색을 그대로 살렸다. 배우 문소리는 코믹 연기가 처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구수한 사투리와 드센 마누라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고창석과 라미란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한국 코믹의 맛을 살렸다.
영화 <스파이>는 벌써부터 코믹 첩보 영화의 대표격인 영화 <트루라이즈>(1994)의 한국판이라고 불리고 있을 정도다. 가족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일하는 스파이가 주인공이라는 설정 또한 흡사하다. 할리우드판 <트루라이즈>와 한국판 <스파이>를 비교해보고 평가하는 몫은 관객들에게 맡긴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연기력에 액션배우 기질도…
예쁘지 않지만 쌍꺼풀 없는 동양적인 외모와 잘 다져진 연기력으로 이번 영화 <스파이>에서도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무용학과 출신인 그는 이번 영화에서 날씬한 몸매로 와이어신을 소화해 내 액션배우로서의 잠재력도 보여줬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