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이 벌어진 다음 날 안랩이 오르는 등 ‘안철수 테마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안철수 대선 후보가 안랩을 방문해 이사회의장직을 사퇴하고 직원들과 환송식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반대로 안 의원의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 관련주는 최근 거의 움직임이 없다. 지난 6월 문 의원이 ‘산행정치’에 나서면서 잠시 들썩했지만, 이후 2007년 남북정상대화록 실종 사건 등이 터지면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이 2005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할 때 이석기 의원이 특별사면으로 복권 돼 종북세력의 국회 입성 물꼬를 터줬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60~70%에 달하고, 새누리당 지지율도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장외투쟁 등에도 불구하고 국정 지지율이 20%대에 그쳐 안철수 의원 측보다 못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석기 사태로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에 지분을 상당 부분 내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풀이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제 안철수 의원이 경영에서 손을 뗐음에도 불구하고, 안랩 주가는 정치적 사건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지난 3월 초 안 의원이 4·24 재·보선 출마를 위해 귀국했을 때도 주가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아직은 부인하려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정치 테마주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안철수 테마주들의 움직임도 안랩과 비슷하다. 8월 28일 써니전자는 상한가. 오픈베이스는 3.3%, 솔고바이오는 1.86%, 링네트 1.85%, 우성사료는 1.64% 올랐다. 이들 종목은 8월 26일에도 급등세를 보였고, 28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안랩과 같다.
6월 말 현재 자기자본대비 안랩의 현재 시가총액 규모, 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2배 수준이다. 안 의원의 정계 진출 직전인 2011년 6월 말 기준 이 수치는 1.7배가량이다. 정치적 기대감이 여전히 주가의 큰 부분임을 확인할 수 있다.
주당순이익 대비 주가수준, 즉 주가수익비율(PER)도 마찬가지다. 안랩의 올 반기 순이익은 약 38억 원으로 지난 해 연간순이익 140억 원의 27% 수준에 그쳤다. 2011년 반기 순이익 88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주가는 3배나 높다. 정치적 이유 때문에 PER 수치가 2년 새 6배 이상 부풀려 진 셈이다.
써니전자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줄곧 적자인 데다, 납입자본금보다 현재 자본총계가 적은 상황이다. 쉽게 말해 자본잠식이다. 매출액은 계속 줄어드는데 적자 폭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2011년 주당 1000원에도 한참 못 미치던 주가가 현재는 5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D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코스피가 넉 달째 1850~2000의 박스권에 갇히면서 뚜렷한 재료가 없다 보니, 또 다시 테마주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것처럼 실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가 움직임은 결국 거품이 빠지게 돼 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