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컵스가 시즌 막판 임창용을 메이저리그로 승격시킨 덴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컵스 홈구장인 리글리 필드에서 만난 시카고 지역지 기자는 “37세 3개월 4일에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임창용은 1901년 이후 컵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서 데뷔한 두 번째 최고령 투수”라며 “컵스가 이처럼 나이 든 투수를 시즌 막판에 부른 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이례적인 결정이 나온 배경을 “컵스의 조바심 때문”으로 표현했다.
“임창용과 컵스의 계약은 기본 1+1년이다. 2년째는 구단이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겉보기엔 생사여탈권을 쥔 컵스가 훨씬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구단이 +1년 옵션을 행사해도 임창용이 빅리그 승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짐을 싸 퇴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임창용은 다른 미국 팀에선 뛰기 어렵지만, 한국과 일본에선 자유롭게 뛸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승승장구하는 임창용을 본 컵스 수뇌부가 동기부여 제공과 이탈 방지 차원에서 임창용을 전격 빅리그로 승격시킨 것으로 안다.”
컵스의 판단은 옳았다. 대부분의 일본인 메이저리거는 빅리그 승격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구단이 불리한 계약조건을 내세울 경우 마이너리그 잔류 대신 일본 유턴을 선택한다. 가능성이 떨어지면 상관없지만, 임창용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성공 가능성을 내비친 선수가 돌아가면 구단으로선 큰 손해다.
컵스는 임창용을 시즌 종료 시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할 예정이다. 임창용이 호투하면 할수록 컵스의 구애 강도는 더 세질 전망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