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 영국의 경제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내놓은 ‘파킨슨 법칙’의 정의로, 해가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하는 공무원 수를 설명할 때 인용되는 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밖에 안 됐는데 각 정부 부처들이 인력 증원 방침을 세워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각 정부 부처는 9월 들어 대거 입법 예고안을 내놓았다. 각 부처가 내놓은 입법 예고안은 부처의 직제를 개편하면서 인력을 늘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러한 직제 개편 관련 입법예고안을 모두 종합해보면 입법안 통과 후 9월 말이나 10월 초에 늘어나는 부처 공무원의 수는 977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 늘리기로 결정된 정원 404명을 제외하면 573명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하다며 늘어나는 인력들이다. 특히 올 연말 정부 세종청사 완공에 맞춰 필요한 67명의 추가 인력을 감안하면 올해 1000명이 넘는 공무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각 부처들은 이렇게 늘어나는 인력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창조경제’와 ‘정부 3.0’, ‘지하경제 양성화’, 각종 사회 복지 정책 등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각종 정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인력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공무원 수가 많이 늘어나는 부처는 국세청와 관세청이다. 세수 감소에 따른 복지 예산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세무 업무 관련 인력을 대거 늘리는 것이다. 국세청은 박근혜 대통령이 복지 예산 확보로 강조해온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숨긴재산추적과’를 신설하는 등 각종 조사 인력을 늘려 총 140명을 증원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 역시 세관인력 44명 등 총 66명의 인력을 증강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각 부처들은 창조 경제와 정부 3.0을 추진한다며 전담 인력을 새로 뽑는다는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정부 3.0이란 지난 6월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포한 정책으로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창조경제와 별 상관없을 듯한 통일부마저 ‘행정법무담당관’을 ‘창조행정담당관’으로 바꾸는 한편 정부 3.0 전담인력 1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병무청도 ‘행정담당관리관’ 명칭을 ‘창조행정담당관’으로 변경하고, 정부 3.0 추진인력으로 5급 1명을 증원키로 했다. 다른 부처들도 ‘행정담당’ 명칭에 ‘창조’를 덧붙여 ‘창조행정담당’으로 바꾸며 인력을 늘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창조경제에 맞춰 ‘장기전략국’을 ‘미래사회정책국’으로 바꾸는 한편 창조경제 등 국정과제 지원을 위해 7명의 인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경제계 관계자는 “늘어난 공무원 월급이나 향후 연금 지급액은 모두 국민들이 내는 것인데 창조경제 등 개념도 잘 잡히지 않는 정책을 위해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고갈 상태인 공무원 연금은 국민 연금보다 지급액이 2.6배나 되는데도 지금껏 늘어난 공무원들이 자기들 연금 개혁에는 손도 대지 않고 국민연금만 손대려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또한 공무원 수가 늘어나게 되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연적이다. 규제 완화를 정말 하고 싶다면 공무원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