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회장.
이에 앞서 지난 1월 동부하이텍은 그룹 내 다른 전자 계열사 등과 함께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했다. 동부하이텍은 계열사 중 가장 많은 500억 원(지분율 18.34%)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투입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5월 임직원 임금을 10% 인상하고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키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직원들 기 살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2000년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간 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임금인상이었다.
호사다마일까. 이처럼 올해 벽두부터 좋은 분위기가 지속되던 동부하이텍에 최근 잇달아 변고가 발생했다. 최근 동부하이텍 부천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에 의한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회사의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한 과장은 ‘이미지센서 반도체칩’ 설계 기술을 일본 회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150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3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술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수사 끝에 산업 스파이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업부는 연 매출이 50억 원 정도에 불과한 조그만 사업부로 그 직원이 유출한 기술도 핵심 기술은 아니다”고 밝혔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도 “기술에 대한 가치 산정은 국정원이 좀 오버한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이 분명 안타까운 사건인 것은 맞지만 지난달 구속된 해당 직원에 대해 오늘(9월 11일) 있었던 1심 재판의 분위기를 봤을 때 조만간 보석으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을 만큼 특별히 큰 사안은 아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크건 작건 반도체 회사에게 기술 유출은 치명적이다.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동부그룹 본사 전경. 일요신문 DB
국세청은 합병시 발생한 영업권을 과세 대상 영업권으로 간주해 과세가 가능한 제척기간(2013년 3월 31일) 직전인 지난 3월 28일, 2007년 법인세 778억 원(본세 457억 원, 가산세 321억 원)을 동부하이텍에 부과한 바 있다. 동부하이텍은 과세 취소 결정을 받아내기 위해 조세심판원에 이 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으나 지난 7월 기각되면서 8월에는 소송까지 냈다.
국세청이 지난 3월 회계상 영업권에 대해 일괄적으로 과세하면서 새롭게 법인세를 부과해야 할 대상은 동부하이텍을 포함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합병한 70여 개 회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세청이 세수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갑작스럽게 과세 기준도 변경한 것으로 보이는데, 막 기지개를 펴기 시작한 동부하이텍으로선 힘이 빠질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30년간 비바람 견뎌냈다
동부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3년이다. 미국의 몬산토와 합작해 국내 최초의 실리콘웨이퍼 생산 회사인 코실(현 LG실트론)을 설립한 것. 김 회장은 지난 1997년에는 동부전자를 설립하고 메모리반도체 사업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해 말 터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계기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으로 전환하고 2001년 상업생산에 들어갔으나 이 해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여파로 반도체 역사상 최대 불황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해인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하고 2004년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를 합병해 2005년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바꾼 뒤 2007년 5월엔 동부한농과 합병을 통해 동부하이텍을 출범시켰다. 여전히 어려운 회사를 위해 김 회장은 농약, 비료 등 안정적 수익기반을 갖춘 동부한농과의 합병을 통해 정상화를 모색했으나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연간 4000억 원의 적자 나락에 빠지게 됐다.
결국 채권단은 동부하이텍에 대해 강력한 자구노력을 통해 회사 차입금을 대폭 줄이지 않을 경우 여신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보냈다. 이에 김 회장은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국가를 위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어떤 위험이 따르더라도 그것에 도전할 것”이라는 지론에 따라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에 자신의 동부화재 보유 지분 200만 주를 연리 1%에 빌려주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사재 3500억 원을 출연해 동부하이텍 자회사 동부메탈의 지분 50%를 인수하기도 했다. 계속된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12월 농업부문(현 동부팜한농)을 떼어내고 현재는 오로지 반도체사업만 몰두중인 동부하이텍은 지난 6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547억 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동부하이텍은 올해 중국 특수를 타고 흑자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