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르지 않다. <테이큰>은 외국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당한 딸을 구하는 아버지의 사투가 속도감 있게 그려진다. 반면 <퍼펙트>는 이야기 전개의 속도감보다는 여백의 미를 중시하며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런 이야기 전개 방식과 전체적인 영화의 톤과 분위기 등은 과거 홍콩 누아르 영화와 유사하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기본 정보를 모르고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빅터의 복수극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정도다. 그렇지만 조금은 느리지만 진지하게 영화를 풀어나가는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의 연출력은 서서히 관객들을 영화의 흐름 안으로 빨아들인다.
여주인공 베아트리스(누미 라파스 분)와 빅터의 관계 역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에 충실한 일반 할리우드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베아트리스가 빅터의 약점을 잡은 것이 계기가 돼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복수심을 이해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 간다. 예쁜 여배우에 집착(?)하는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베아트리스는 얼굴에 큰 흉터를 가진, 그래서 사회로부터 격리돼 있는 여성으로 설정돼 있다.
대부분의 복수극이 그렇지만 영화는 주인공의 복수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끝이 나며 그 과정은 다소 뻔하다는 지적을 받는 홍콩 누아르 영화와 유사하다. 이런 부분은 영화 <퍼펙트>의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과 여백의 미를 잘 혼합해 확실한 색깔을 가진 영화를 만들어 냈다. 오랜만에 만나는 진중한 느낌의 흡입력 강한 할리우드 영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이 영화의 감독인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에게 캐스팅돼 스웨덴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의 시선을 집중시킨 누미 라파스는 거장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