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이 자진사퇴설에 휘말리는 등 거취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일요신문 DB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15년 2월까지. 그러나 누구보다 정준양 회장 본인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임기가 1년가량 남아 있던 이구택 전 회장의 뒤를 이어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물론 정 회장의 임기가 아직 1년 넘게 남은 데다 정권이 여야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2009년 당시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전 회장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1년이 지난 후인 2009년에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진사퇴한 것에 비춰보면 정준양 회장 역시 안심하기는 이르다. 더욱이 이 전 회장은 당시 세계 경기 불황에도 최대 실적을 거둘 만큼 경영 능력을 보였던 인물임에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준양 회장의 거취 문제가 심심찮게 도마에 오르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다. 간간이 정치권의 사퇴압력설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청와대 측에서 정 회장 측에 언질을 주기도 했다는 얘기가 짤막하게 돌아다녔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 9월 6일 정준양 회장이 청와대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포스코의 차기 회장에 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잠복해 있던 뇌관이 터진 것. 사건 직후 포스코 측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완강히 부인했지만 사태가 온전히 진화되지는 않았다. 되레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경제사절단에 정준양 회장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겹치면서 자진사퇴설의 무게감만 더해갔다.
포스코 본사.
이 같은 상황은 그동안 버티고 있던 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끊임없이 사퇴설에 시달리면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포스코 회장 자리가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벌어진 틈 사이로 기다렸다는 듯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소문들이 새어나왔다. 심지어 포스코의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기도 하다.
현재 포스코 안팎에서는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윤석만 포스코건설 상임고문, 박한용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 등이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구 부회장과 윤 고문은 지난 2009년에도 포스코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특히 윤 고문은 막판까지 정 회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으며 정 회장의 포스코 회장 선임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5월에는 관련 인물로 사건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의 인연으로 1988년 포스코에 영입된 구자영 부회장은 포스코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가산점’을 받는 포스코 안팎의 분위기에서도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의 정신적 지주인 고 박태준 명예회장에게 큰 신임을 얻었던 것으로 알려진 덕분이다. 구 부회장은 지금도 고 박 명예회장 측근 사이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이름은 포스코 측 뜻과 상관없이 포스코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 가운데는 자리 욕심 때문에 ‘흔들기’에 나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포스코 측의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자리를 탐내는 사람들이 포스코 안팎에서 흔들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며 “일부에서는 안 보이는 곳에서 작업하는 사람도 있으며 구체적으로 이름이 언급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거론되는 사람 중에는 본인이 직접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 식으로 설사 회장에 오른다 한들 과연 헌신적으로 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내부 다른 관계자도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공식적으로 “현재 회장 임기가 엄연히 남아 있고 아직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흔들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차기 회장과 관련해서 오가는 말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