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나라 곳간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하는 말이다. 균형재정이란 정부 재정수지(세입-세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인 관리대상수지에서 수입과 지출이 같은 것을 말한다. 즉 정부가 한 해 동안 세입 등으로 벌어들인 돈과 재정집행 및 사회보장성 지출 등으로 쓴 돈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균형재정을 이루겠다는 말은 역대 정권에서 항상 하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관리대상수지가 균형재정은커녕 적자를 기록하지 않은 때는 1990년 이래 단 3년밖에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3년이 모두 현 여권으로부터 경제 성장보다 복지 확대에 매달렸다는 비판을 받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은 IMF 외환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서 관리대상수지가 24조 9000억 원이나 적자를 기록했다. 1999년에도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20조 4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매년 적자폭을 줄여나가더니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 5조 1000억 원의 흑자를 만들어냈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첫 해인 2003년 1조 원의 관리대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3년간 적자를 보였지만 2007년에는 6조 8000억 원 흑자를 이뤄냈다. 노무현 정부의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는 GDP(국내총생산)대비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관리대상수지가 적자행진을 했다. 2008년 11조 7000억 원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으로 적자규모가 43조 2000억 원까지 늘었다. 2010년에 적자액이 13조 원으로 줄었지만 2011년 13조 5000억 원, 2012년 17조 4000억 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임기 내인 2012년으로 내세웠지만 2009년에는 2013∼2014년, 2010년에는 2014년으로 연기했다. 결국 균형재정의 임무를 차기 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이러한 양상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에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으로 잡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세웠던 균형재정 달성 시기보다 무려 3년이나 연기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입 감소와 복지지출 확대 등을 이유로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목표를 버렸다. 지난 26일 발표한 중기재정계획(2014~2017년)에 따르면 올해 23조 4000억 원 적자인 관리재정수지는 2014년에 적자가 25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5년 17조 원, 2016년 14조 1000억 원, 2017년 7조 4000억 원 등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균형재정이 성장보다 복지에 힘을 실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고, 성장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는 결국 경제성장이 정부 지출 확대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솔직히 이명박 정부의 성장은 4대강 사업과 같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위주로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균형재정을 포기한 것도 결국 성장이나 복지를 정부 지출 확대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빚을 다음세대에 넘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