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와 <깡철이>는 설정도 비슷하다. 두 영화는 혈기 왕성한 주인공과 사연 깊은 그의 집안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보여준다. 또한 싸움은 잘하지만 사랑에는 어설픈 주인공이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러브스토리를 펼친다는 설정도 흡사하다. 하지만 <완득이>가 주인공의 방황과 가족애를 하나로 잘 버무렸다면 <깡철이>는 작위적인 설정 탓에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부산 사나이 강철은 가난한 살림에 아픈 어머니인 순이(김해숙 분)와 함께 살아간다. 순이는 몸도 아프지만 치매 증상도 있어 강철은 날이 갈수록 어머니를 돌보는 데 힘이 부친다. 게다가 조직 말단으로 일하는 친구 종수(이시언 분)가 강철을 위해 어머니 수술비를 준비하려다 사기를 당하게 된다. 이후 강철은 조직 세계와 얽히며 어머니 수술비를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놓인다.
남자답고 의리 있는 강철의 모습은 조직폭력배의 설정과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강철과 어머니의 눈물겨운 가족애로 영화의 내용이 진행되면서 칼과 총이 등장하는 액션신은 볼거리만을 위한 작위적 설정이 돼 버렸다. 조직 내 암투, 깊이 있는 고민 등이 다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강철이 코너에 몰리는 설정은 똑똑한 관객들이 몰입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는 유아인과 김해숙의 모자 연기는 뛰어났다. 하지만 극의 중후반부 주제가 ‘남자들의 세계’로 바뀌면서 초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던 가족애는 점점 힘을 잃어간다. 마무리는 어머니의 수술과 함께 급하게 ‘가족애’로 돌아왔다. 영화가 하나의 주제로 통일되지 못하고 들쭉날쭉해 두 개의 평행선이 그려진 셈이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평한다면? 대표 엄마 배우 김해숙의 눈물겨운 모정이 부족한 ‘깡철이’를 쓰담쓰담. 10월 2일 개봉.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비열한 악역 ‘존재감 뚜렷’
영화 <깡철이>에서 김성오는 조직폭력배의 2인자 휘곤 역을 맡았다. 1인자의 친동생인 휘곤은 형에 대한 충성심이 깊지만 다혈질로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또한 흥분하면 말을 더듬으며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모습이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낸다. 주인공 강철에게 악한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비열한 악역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