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70~71면 ‘임 여인 가정부 폭탄증언 후폭풍’]
채동욱 전 총장 측의 ‘대응 변경’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채 전 총장에게 믿을 만한 구석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을 고발한 여성단체연합의 이한본 자문변호사는 “채 전 총장이 최근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한 것을 두고 말이 많은데 법리적으로 보면 이상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정정보도 소송은 가장 강도가 약한 대응 중에 하나다. 채 전 총장의 경우 공직자 신분에 있었을 때는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 고발을 단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본인이 검찰의 수장인데 언론 상대로 형소(형사소송)를 하게 되면 자칫 다윗(조선일보)과 골리앗(채 전 총장)의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채 전 총장으로선 부담이 됐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차선의 방책으로 정정보도 소송 카드를 꺼내든 것일 뿐이다. 이제는 검찰총장 직을 사퇴하게 되자 정정보도 소를 취하하고 보다 강력한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것 아닌가.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27일 오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퇴임식이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공직을 떠난 채 전 총장의 대응카드가 궁금해진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한편 법조계에서는 채 전 총장의 마지막 카드 가운데 형사소송 제기라는 강경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채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법조계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취하했다는 게 왜 주목받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법조인 입장에서 채 전 총장이 당연히 정정보도 소를 취하하고 보다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정작 언론에서는 ‘채 전 총장이 정정보도 소를 취하한 것을 보니 역시 뭔가 뒤가 구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 같아 상당히 의아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정보도 소를 취하고 유전자 감식 카드를 들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게 채 전 총장의 의중이라는 것이다. 그 ‘승부수’가 바로 형사소송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은 퇴임식 날에 맞춰 자신의 그런 포부를 밝히고자 ‘앞으로 강력한 대응을 보여주겠다’고 언급했는데 졸지에 정정보도 소 취하에만 눈길이 쏠렸으니 자신도 황당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가정부의 폭로가 있은 뒤부터 혼외아들 논란에 대한 여론은 채 전 총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밀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채 전 총장이 전 국민을 우롱하듯 버젓이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이어진다.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검찰 수장 출신에다 수사전문 ‘특수계’의 상징인 채 전 총장이 차분히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채 전 총장이 임 씨 등과 접촉해 ‘유전자 감식’을 부탁하는 물밑 작업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는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온다’는 한 법조계 인사의 말이 허언이 아니길 누구보다 채 전 총장이 가장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3일 내내 장례식 지켰다면 정가에 이미 짜~했어야”
지난 1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 파문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검찰 출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채 전 총장과 (내연녀로 지목된) 임 아무개 씨 관계가 틀어졌는데 그 이유는 임 씨가 채 전 총장과 모 여성 정치인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라는 제보가 있다”며 뜬금없는 ‘삼각관계’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새누리당의 또 다른 검사 출신인 권성동 의원도 “채 전 총장과 민주당 간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장내 소란을 부추겼다.
염문설을 주장한 김진태 의원.
한편 채 전 총장과 민주당 거물급 의원의 ‘핫라인’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 이 해당 의원은 “그게 나라는 소문이 있던데 이 역시 낭설이다. 채 전 총장이 검찰총장이 됐을 때 딱 한번 축하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채 총장처럼) 여야 의원들과 언론에 축복을 받으면서 (총장으로) 취임한 사람이 없었다. 이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화가 다였다”고 해명했다. ‘동향인 채 전 총장과 핫라인을 가동할 만큼 절친한 사이여서 최근 내연녀로 지목된 임 씨와도 예전부터 안면이 있었다’는 일각의 의혹도 받고 있는 이 의원은 “임 씨가 하는 식당이나 술집에 간 적도 없고, 만나본 적도 없다”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