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어 “우리가 처방한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경제활성화에 업무 초점을 맞추자”고 당부했다. 경제 상황이 다른 국가보다 낫다는 것에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축구 경기에 비유해 알기 쉽게 지적한 것이다. 현 부총리가 기재부 업무를 축구에 비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인 7월 17일에도 직원들에게 역시 업무자세를 축구에 비유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왼쪽부터 현오석, 박재완
현 부총리가 축구를 자주 인용하는 것은 자신이 축구 감독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여기는 때문이다. 실제 한 인터뷰에서 그는 “총리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같은 위치다. 성적이 나쁘면 경질되는 것”이라며 “당장의 외부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성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또한 체육대회 등에서 가장 치열한 경기가 축구일 정도로 기재부 내에서 축구가 최고 인기 종목이라는 점도 현 부총리가 편지에서 축구를 언급하는 이유라는 후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 내 주요 실국은 체육대회가 다가오면 한 달 동안은 업무가 끝나자마자 바로 축구연습에 매달린다. 경쟁 실국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스파이를 보내 연습 장면을 녹화, 분석하기도 할 정도로 축구는 최고 인기 종목”이라며 “과거에 금융정책국의 경우 은행에서 기재부로 파견 오는 직원들을 실업팀 소속 선수들로 보내도록 은행에 요구하기도 했고, 세제실은 국세청에서 축구 잘하는 직원들을 파견받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현 부총리가 현재 상황이나 기재부 역할을 축구에 비교한 편지를 자주 쓰는 것 같다”고 평했다.
기재부의 역할을 스포츠에 비유하는 것은 현 부총리가 처음은 아니다. 전임 박재완 장관도 스포츠를 종종 인용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박 전 장관은 야구를 롤 모델로 삼았다는 점이다. 박 전 장관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제정책이 실질적으로 조정되는 토론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기재부는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겠다. 야구경기 포수처럼 가장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라고 기재부의 역할을 규정했다.
지난 2012년도 예산안 편성 때도 그는 “구속을 1㎞ 높이는 것보다 제구력을 1㎝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재정건전화를 위해 예산 증액보다 적재적소 투입에 집중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할 때는 “최근 상황은 무사 만루의 수비상황과 같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라며 직원들을 독려했고, 임기 말이던 2012년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회에 참석했을 때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가 베라(전 뉴욕 양키스 포수)의 말과 같이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에 관계없이 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박 전 장관의 야구 사랑을 의식한 듯 기재부는 국민과 소통 강화 차원에서 한때 KBS 인기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에 야구 동아리를 내보려고 했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서 야구는 축구보다 인기가 없고 실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출연했다가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출연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준겸 언론인
강만수, MB와 테니스 인연
강만수
자주 야구를 인용한 박재완 전 장관은 진정한 열혈 야구팬이다. 부산고 출신답게 박 전 장관은 롯데 자이언츠의 골수팬이다. 청와대 근무 시절과 복지부, 기재부 장관 때 잦은 야근으로 집에 밤늦게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는 챙겨본 뒤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박 장관은 프로는 물론 대학 선수들의 성적들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기재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전 장관도 야구를 무척 좋아했다. 경남고 출신인 강 전 장관 역시 박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롯데 자이언츠 팬으로 유명했다. 행시 합격 후 국세청 근무시절 대구에서 낳은 아들이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사달라고 요구하자 아들과 한동안 말도 안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강 전 장관이 가장 즐겨하는 운동은 테니스다. 1997년부터 새벽에 테니스 레슨을 빠지지 않고 받고 있을 정도다. 특히 강 전 장관은 외환위기 책임을 지고 물러나 야인으로 지낼 때 같은 교회(소망교회)에 다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벽기도를 함께 한 뒤 테니스를 같이 치고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면서 두터운 인간관계를 쌓아왔다. 이때 맺은 인연으로 이명박 정부 초대 기재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준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