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리설주 부부가 지난 10일 함께 모란봉악단 공연을 관람했다. 연합뉴스
즉 포르노 동영상이 아니라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었다는 것. 연행된 단원들 중엔 리설주와 동갑(1989년 생)인 젊은 여성 단원도 여러 명 포함됐다. 심문 과정에서 이들 중 몇몇이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예전에 리설주와 같이 놀았다”며 리설주와의 친분 관계를 강조했다는 것.
이것이 북한 내부를 거쳐 중국과 일본으로 퍼지면서 “리설주도 우리와 ‘똑같이’ 놀았다”로 와전된 것이다. 또 몰카 촬영물 유출이 포르노 제작 및 유통으로 둔갑한 <아사히신문> 기사를 국내 언론이 일제히 인용 보도하자, 리설주 동영상이 실재하는 것처럼 여론이 형성됐다.
<일요신문>에 이런 사실을 제공한 앞서의 대북 관계자는 주로 북한 고급정보원들을 관리하며 대북정보 수집에도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8월 말 보도된 현송월 처형 사건과 이번 사건이 동일한 사건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현재까지 현송월의 처형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송월은 파티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마약 난교 동영상 추문의 당사자들이 후배들이므로 연대 책임을 지고 추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송월은 사건에 연루돼 체포되기까지 중앙당 영화예술부 과장으로 일했으나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후 쫓겨났다고 한다. 즉 현송월은 당시 보도처럼 기관총 처형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현송월 처형과 관련해 현송월이 김정은과 사귀었을 당시 김정은과 만난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알려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그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사진으로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는데, 이것이 이번 동영상 사건 조사 때 드러나 사형당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현송월 처형 보도가 나왔을 당시 국내의 몇몇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는 현송월이 뭐가 아쉬워 포르노를 찍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현송월이 중국 선양의 칠보산호텔과 그 주변에서 목격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음란물에 등장하는 한 여성을 김정은의 옛 애인 현송월로 지목하기도 했다. 사진출처=채널A 방송화면 캡처
그러한 당 소속 예술단원들이 마약에 취해 집단 난교 파티를 했다는 것은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는 상상을 초월한 행위로 사건이 터졌을 당시 북한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몰카 동영상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국제적 망신이라고 여기고 재판 없이 이례적으로 3일 만에 평양시 순안구역 강건종합군관학교 전술훈련장에서 사형시켰다. 북한 고위층이 포함된 이들 단원들의 몰카 영상은 이미 북한 밖으로 퍼졌다고 한다.
앞서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에서는 난교 파티를 열어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사형감”이라며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어서 본보기로 처형한 것이다. 국내에 떠도는 리설주 포르노 루머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북 전문가는 “<아사히신문> 보도기사에선 은하수관현악단이 ‘인민보안부’에게 도청당했다고 썼지만 은하수관현악단은 ‘국가안전보위부’ 관할”이라며 “이것만 봐도 <아사히> 보도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앞서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이 관계자는 <아사히신문> 보도와 우리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에 대해 “정확한 증거가 없는 첩보 수준의 이야기를 마치 정확한 사실인 양 언론에 뿌리고 언론이 검증도 없이 그대로 받아서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력 비난했다.
신상미 기자 sh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