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대통령’으로 통하는 국민연금 기금이사에 은행원 출신 홍완선 본부장이 선임됐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입구.
그의 주요 업적으로 꼽는 것이 국내 최초의 자산유동화 기법인데, 이 역시 자금조달 업무다. 하나은행에서 부동산 신탁을 개발한 것도 투자라기보다는 금융상품을 판매한 영업에 가깝다. 실제 홍 본부장은 별명이 ‘보스’ ‘상남자’로 불릴만큼 직설적이고 친화력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다. 달리 말하면 그는 빼어난 ‘영업맨’인 셈이다.
국민연금 운용자산은 400조 원으로 국내 금융기관을 통틀어 이만한 자산을 운용하는 곳은 없다. 국민연금이 운용을 위탁하거나, 주문을 주면 금융회사의 한 해 실적이 좌우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국민연금은 시장에서 ‘울트라 갑’이다.
큰 힘만큼이나 책임도 크기 마련이다. 세계 3대 연기금이지만, 2060년이면 고갈이 예고된 ‘시한부’다. 그래서 기금운용이 중요하다. 본부장은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통하지만, 그 어깨에는 5000만 국민의 노후를 짊어져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바구니에 담긴 달걀’이라 점이다. 운용자산의 70~80%가 국내 채권과 주식에만 쏠려있다. 국내 경제에, 국내 금융시장에 이상이 생기면 국민연금에 치명적이다. 그뿐 아니다. 400조 원이란 자산규모 자체도 국내 금융시장에 비해 덩치가 너무 크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의 별칭이 ‘연못 속의 고래’일까. 투자자산과 투자지역을 다양화하고,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극대화하는 어려운 임무가 기금운용본부장의 몫이다.
홍완선 본부장
대구고의 힘은 올해 중반기를 기점으로 정·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일요신문> 1115호 보도). 지난 5월 회장에 오른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홈플러스그룹 최고경영자에 등극한 도성환 사장이 모두 대구고 출신이다. 임환수 서울지방국세청장도 마찬가지다. 대구고 재경(在京) 동창회장인 최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취임한 전후로 대구고 인맥이 약진했고 대구고 출신 국가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대국모’가 계속 회자되는 상황이니 홍 본부장의 발탁을 정치권과 연결시키는 시선도 무리는 아니다.
홍 본부장의 직속상관으로 올 5월 취임한 최광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또한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부산고, 미국 위스콘신대 동문이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비공식 자문단으로 활동했고, 2008년 총선 때에는 부산 사하갑 지역에 공천을 신청하며 정계 입문을 노리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사장이건 기금운용본부장이건 정권 입장에서 400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키를 남에게 쥐어줄 까닭이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에 국민연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풀이했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홍 본부장이 뽑힐 것으로 예상한 시장 관계자들은 거의 없었다. 기금운용은커녕 자산운용 경험도, 해외근무 경험도 많지 않은 그가 전격 발탁된 데에는 분명 일반인들은 모르는 배경이 있다는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연금법에는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의 정치중립 의무가 없다. 따라서 정부와 정권의 낙하산이라고 해도 법적으로는 결격사유가 아니다. 하지만 친정부, 친권력 인사들일수록 국민들이 세금처럼 낸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권이나 정부의 입맛에 전용할 위험이 커진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민연금이 4대강 관련 사업업체에 집중 투자한 사실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문제가 됐다. 또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 견제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민영화에 국민연금을 동원하려는 시도도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하려는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다.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민간연금보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공적연금의 특성상 어차피 고갈은 피할 수 없다. 운용의 묘를 극대화해야 그 시기를 늦추고, 국민과 재정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면서 “정치 바람에 국민연금이 흔들리게 되면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연금에 대한 국민 관심은 높고, 금융시장은 어렵다. 새 기금운용본부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