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잡혀온 정 씨는 “내가 미쳤었나 보다. 빨리 처벌받고 싶다”며 죄를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숨겨진 사실이 있었다. 조사 결과 정 씨는 같은 달 초 증평군의 한 모텔에서도 여중생(16)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교사생활 8년차인 정 씨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 성격 덕분에 주변의 평판도 좋아 그의 은밀한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초등학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아내 역시 남편의 행동을 전혀 의심지 않았다고 한다.
궁지에 몰린 정 씨는 자신의 집에서 연탄을 피우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다행히 목숨을 건져 간단한 치료 후 계속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이 이뿐만이 아니었다. 정 씨의 개인 컴퓨터와 외장하드에서 10대로 보이는 여성을 포함해 20여 명의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동영상과 사진이 발견된 것. 지난 13일 충북지방경찰청은 “정 씨가 자료를 삭제한 외장하드를 복원한 결과 수만 장의 성인 포르노물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수십 건의 동영상과 사진에 정 씨가 10대 등 여성들과 직접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 씨가 수년 전부터 10대 등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으며 휴대전화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보관해오다 최근 삭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추가 피해자를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10대인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인상착의를 확인하기 어려워 신원확인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하면서 일단 확인된 초등학생과의 성관계 부분에 대해서만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정 씨는 영상 속 인물에 대해서는 “휴대전화를 분실해 누구인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씨 못지않은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교사는 또 있다. 그것도 일반 교사가 아닌 유명 시인으로 이름을 알린 서정윤 씨(56)가 그 장본인. 이번에 성추행을 한 파렴치한 교사로 발각되지 않았다면 그는 우리 문단의 감성적인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계속 남아 있었을 것이다. 잠깐 그의 이력부터 보자.
서정윤 시인의 대표시집 <홀로서기> 표지.
이후 1987년 시집 <홀로서기>를 발표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4편까지 총 300만 부가량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들꽃이 바람 앞에 당당하게 섰으니’를 발표해 제26회 금복문화상 문학부분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성의 마술사였던 서 씨의 이중생활이 드러나면서 그의 시를 사랑했던 독자들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데 사건개요도 기가 막히다. 지난 8일 서 씨는 교사실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피해자 A 양(16)을 호출했다. 1년 전 담임교사였던 서 씨의 부름에 A 양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찾아갔고 바로 사건이 발생했다. 서 씨는 A 양을 자리에 앉힌 뒤 “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만져 봐도 되나요”라며 껴안으려 했다. 뒤이어 가슴을 더듬고 입을 맞추며 “보고 싶어서 불렀다”는 등의 상식 밖의 행동을 이어나갔다. 놀란 A 양이 비명을 지르며 서 씨를 밀쳐내자 “가만히 있어 봐요”라며 강압적인 성추행을 지속했다.
일명 ‘존댓말 성추행’이란 웃지 못 할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서 씨의 행동에 충격을 받은 A 양은 곧장 보건교사에게 상담을 신청해 피해사실을 알렸다. 이에 보건교사도 즉각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를 했고 대구시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A 양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대구시교육청은 “서 씨가 재직 중이던 중학교의 3학년 A 양을 성추행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학교법인에 서 씨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 씨의 태도는 뻔뻔했다. 시교육청 감사가 시작되자 “A 양의 진학상담을 했을 뿐”이라며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도 “격려차원에서 문제가 안 될 선에서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한 것. 즉 A 양을 격려하기 위해 뽀뽀를 두세 차례 했으며 성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던 서 씨는 자신의 행동이 언론에 보도되고 논란이 확대되자 그제야 학교 측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재단 측은 이를 반려하고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역시 대구시교육청으로부터 각종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서 씨는 앞서 지난 2008년에도 한 차례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 고등학교에 재직 중이던 서 씨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1학년 남학생 22명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골프채로 구타한 바 있다. 결국 서 씨는 이듬해 1월 전근 조치됐으나 이번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또 다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