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동양네트웍스 등의 매각 가능성 때문에 동양그룹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동양그룹 본사 전경. 구윤성 인턴기자
벽산건설은 지난 10일 카타르 알파다그룹이 “한국 진출 첫 사업으로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벽산건설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이 재료가 됐다.
벽산건설은 주로 국내에서만 사업을 했고, 줄곧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중동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면 분명 주가에 호재다. 다만 아직 장담할 단계는 아니다. 익명의 건설담당 애널리스트는 “알파다그룹의 단독입찰인 것으로 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다 보니 인수조건 협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결렬될 수도 있기에 현 단계에서의 투자는 아직 투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벽산건설은 인수후보라도 나선 경우지만, 동양건설은 뚜렷한 원매자가 나서지도 않았는데 주가만 들썩이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건설경기를 감안할 때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래도 이들 중견건설사에 비하면 STX그룹주는 좀 나은 편이다. STX그룹주 급등 재료는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다. 지난 12일 STX중공업은 1772억 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대로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래도 유동자산보다 빚이 많은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산을 팔아 빚을 줄여야, 회사를 사려는 곳이 나올 수 있다.
한 조선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해운·조선업종의 불황은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상황이 아니다. 우량기업들의 주가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아직도 빚이 산더미인 업체를 선뜻 인수할 곳이 없을 수 있다”면서 “이미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듯하고, 앞으로 관건은 자산매각 상황과 흑자전환 여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TX 남산타워 모습. 일요신문DB
동양증권 대주주는 (주)동양, 동양레저 등이다. 그리고 이들 회사의 현재 소유권은 현재현 회장 일가에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이다. 이들은 담보로 받은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주)동양이나 동양레저 자체로는 투자 매력이 없지만, 이들 기업이 가진 동양증권 지분은 가치 있는 자산인 점을 간파한 듯하다. 시장에서는 지분율 35%가량의 동양증권 지배주주 가치가 3000억 원은 족히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주)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파이낸셜, 동양네트웍스 등의 지분율이 80%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고 단순히 계산해도 시가총액 2500억 원 가운데 2000억 원이 이들 몫인 셈이다. 흑자를 내고 있는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현재현 회장의 개인회사인 티와이머니대부가 단독 최대주주지만, (주)동양, 동양증권, 동양파이낸셜대부(동양증권의 자회사)의 지분을 합치면 티와이머니대부의 지분율을 넘어선다. 즉 (주)동양 최대주주가 된 금융회사들이 동양네트웍스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종합하면 동양증권,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의 지배주주 가치만 최소 5000억 원이 넘는다. 동양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동양그룹은 (주)동양, 동양증권, 동양네트웍스 등의 순환지배구조 때문에 어느 한 기업의 가치가 인정되면 다른 관련기업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동양증권, 동양네트웍스 매각 가능성 때문에 그룹주 전체가 들썩이는 이유”라며 “매각차익으로 일시적인 혜택을 보는 기업보다, 매각으로 인해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곳을 눈여겨보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물론 동양그룹주 투자에도 위험은 있다. 증권사의 60%가 적자일 정도로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동양증권이 새 주인을 찾는다 해도 얼마나 빨리 정상화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또 동양그룹 내부매출에 주로 의존해 온 동양네트웍스가 과연 그룹 해체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동양시멘트도 건설경기 부진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선주는 유동성이 부족해 변동성이 너무 큰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