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우원식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0월 을을 위하는 3대 국정감사 의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10월 트러스트코리아 측은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홍보국 담당자로부터 선거 유니폼 발주를 의뢰받는다. 민주당 담당자는 유명 디자이너 섭외와 차후 홍보를 위해 개성공단 업체에 하청을 맡겨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트러스트코리아 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정식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담당자의 구두 통보가 있었고 민주당 담당자와 업체가 섭외한 디자이너의 미팅도 진행됐기에 트러스트코리아 측은 하청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유니폼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7일, 민주당 측은 트러스트코리아 측에 돌연 유니폼 제작 의뢰 취소 통보를 했고 유니폼 제작 의뢰를 타 업체로 넘겼다. 당의 공식 절차와 별개로 홍보국장이 임의대로 유니폼 의뢰를 진행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트러스트코리아 입장에서는 이미 하청업체에 발주가 진행되고 있던 상황 속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 셈이다. 트러스트코리아 측이 주장한 피해금액만 3억 3900만 원에 달했다.
당시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홍보국장이었던 당직자 연 아무개 씨에 징계 조치를 취했을 뿐, 정작 트러스트코리아 측에는 어떤 보상조치도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징계를 받은 연 씨는 대선 이후 명예퇴직을 신청해 현재는 당에서 나간 상황이다.
결국 보상과 관련해 민주당과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한 트러스트코리아 측은 지난 5월, 민주당을 상대로 피해금액 3억 3900만 원을 보상하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피고 측 민주당은 외부 로펌(법무법인)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임했다.
공판은 지난 8월과 10월 두 차례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 11월 5일,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법 민사12부는 원고 트러스트코리아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 민주당은 원고 측이 청구한 3억 3900만 원 중 9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계약의 본질적인 중요 사항과 관련해 확정적으로 합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청구금액 전액을 보상받긴 힘들지만, 원고 측이 제시한 당시 민주당 담당자와의 녹취록, 문자메시지 등 증거를 토대로 볼 때 일부 청구금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민주당의 지난 대선 선거 운동 모습.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1심 판결에 대해 트러스트코리아 측은 “우리가 생각했던 청구금액과는 차이가 크다. 법원이 보상금액을 계산하는 데 있어서 수량, 금액 등 계산법이 우리의 주장과는 많이 다르다”며 “항소해서 추가적으로 여러 증거를 제출해 정당한 보상금을 인정받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트코리아 측은 지난 11월 19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피고 측인 민주당 법률국 소속 김창일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금액 수준”이라며 “현재 우리는 해당 보상금에 대해 채권확보를 해 놓은 상황이다. 당시 책임자였던 연 아무개 홍보국장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연 씨는 이미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현재는 당을 떠난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항소심에 대해서 김 변호사는 “상대 측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현재 대외적으로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갑을관계에 놓인 소상공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겠다고 여러 활동을 전개 중인 민주당 입장에서 이번 판결은 적잖은 상처를 남길 전망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영세업체와 법정공방 끝에 일부 패소판결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앞서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설립 취지, 활동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번 판결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민주당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향후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분쟁이 발생했던 당시 업체와 적절하게 합의했어야 했다. 당시 책임자에게 채권을 청구한 것도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