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관광’ 사이트 화면 캡처.
여행 파트너를 구하고 싶은 사람은 월 회비 3만 원 정도를 입금하면 자신이 원하는 파트너의 키부터 몸무게, 가슴사이즈까지 입력할 수 있다. 이렇게 정회원이 되면 게시판 이용은 물론 맘에 드는 여성의 프로필 열람도 가능하다. 프로필에 나이를 비롯해 키와 몸무게, 가슴사이즈를 게재하는 것은 필수다. 프로필을 통해 만남이 이루어지고 시급과 일당이 조정되다 보니 “섹시외모 쭉쭉빵빵입니다”, “프리한 여자랍니다. 마음 맞으면 지속적인 섹파(sex partner의 줄임말)도 가능”과 같은 노골적인 멘트와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사진이 게재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여행을 함께 떠날 이성을 구하는 것은 연령대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10대부터 30대 초반의 여성들은 주로 ‘채팅 사이트’나 ‘스폰서 카페’를 통해 휴가 파트너를 물색한다면, 40대나 50대의 여성들은 ‘묻지마 관광’을 통해 파트너를 만나는 식이다.
실제로 10대부터 30대가 주로 접속하는 조건별 즉석만남이 가능한 C 사이트에 가입한 다음 ‘여행/해외여행’ 카테고리에 접속한 남성들에게 쪽지를 보내자 어렵지 않게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여행파트너 구해요. 일당 가능”이라는 기자의 쪽지에 한 남성이 “어디 생각중이세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이에 “제주도나 지방. 해외면 더 좋고. 시급/일당 가능?”이라고 답하자 “국내는 추워서. 동남아 4박 5일 가능하실는지? 4박 기준 250(만 원) 생각합니다”라며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젊은 층이 주로 여행 파트너를 물색하는 또 다른 방식인 ‘스폰서 카페’는 돈이 많은 중년 남성과 최고급 휴가를 보내려는 젊은 여성들이 주로 이용한다. 10대부터 20대 여대생들이 ‘스폰서 카페’를 통해 휴가 파트너를 구하는 이유는 공짜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물론 명품 등 고가의 선물과 용돈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 많은 중년 남성을 ‘키다리 아저씨’로 지칭하며 이들로부터 일당 20만~50만 원을 받는다. 이들 카페는 ‘여행 파트너 구함’ ‘묻지마 여행’ 등의 게시판을 운영하며 성매매를 원하는 여성과 남성들을 중개하고 있다. 현재 ‘스폰서’ 형태를 모방한 카페는 100여 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스폰서 카페’가 집중단속 대상이 되면서 카페 폐쇄조치가 줄을 이었지만 운영자가 다시 카페를 개설하면서 그 많던 회원들이 모두 재가입을 했기 때문에 단속은 실효성이 없었다.
젊은 여성들이 ‘스폰서 카페’를 통해 여행 파트너를 찾는다면 중년 여성들은 ‘묻지마 관광’을 통해 여행 파트너를 물색한다. 대부분의 ‘묻지마 관광’을 중개하는 업체들은 여성들에게 모든 여행 비용은 무료이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 수 있고, 남성부담으로 무료 해외여행까지 가능하다고 광고하며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기자가 묻지마 관광을 중개하는 D 업체와 전화통화를 시도하니 한 관계자가 “우리는 절대 성매매 알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온다. 1박 이상 스케줄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을 때 여행을 통해 만난 파트너끼리 따로 놀러가는 것은 우리로서는 알 수도 없고 관여할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묻지마 관광의 스케줄은 아침 9시를 전후로 시작된다. 45인승 리무진 관광버스에 남녀가 성비를 맞춰 탑승하면 목적지로 출발한다.
이때 목적지는 사전예약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목적지가 변경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하지만 그 누구도 목적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인솔자나 사회자가 재밌는 이야기나 음담패설로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하는 동시에 술판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파트너는 제비뽑기나 게임을 통해서 정하기도 하지만 주로 사회자의 재량으로 연결된다. 가이드의 수완은 파트너 정하기에서 결정된다. 파트너가 얼마나 맘에 드는지에 따라 가이드의 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여행 파트너를 구하는 사이트가 실질적으로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그에 따른 2차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묻지마 관광을 보내준다며 회원을 모은 다음 회비와 짐을 챙겨 달아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고,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여행 파트너에게 신고가 어려운 저녁 6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선 입금을 했다가 만나지 못하는 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성매매를 시도한 2차 범죄의 피해자도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신고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묻지마 관광’ 자체를 처벌한 규정이 현행법으로는 없다”며 “시민 개개인과 네티즌들의 도덕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