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5일 총 475명의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승진자가 지난해(485명) 대비 2%가량 줄어든 반면 발탁 승진자는 85명으로 지난해 74명 대비 15% 늘어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발탁 인사는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고도 진급을 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라는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또 삼성그룹은 신임 14명을 포함해 15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시켜 지난해에 이어 여성 임원 승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는 신임 10명을 포함해 12명이었다.
이에 따라 전체 여성 임원 수는 이부진·이서현 사장을 포함해 총 50명으로 늘어났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단연 최다다. 승진한 여성 임원 가운데 60%인 9명은 발탁 승진됐다.
아울러 신경영 출범 초기(1992∼1994년) 대졸 공채로 입사한 여성 인력 가운데 4명이 신임 임원으로 승진해 여성 공채 임원 시대를 개막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수한 인재, 특히 여성 인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특히 최근 연구개발(R&D)·영업·마케팅 등 핵심 분야에서의 여성 인력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인력 23만 5000여명 가운데 9만여명이 여성으로 40%를 차지한다.
그룹의 최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26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해 그룹 전체 승진자의 48%를 차지했다. 신임 임원이 된 상무 승진자는 삼성전자에서 역대 가장 많은 161명이 나와 그룹 전체(331명)의 49%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세트 부문에서는 35명의 발탁 승진이 이뤄졌다.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치열해 지는 시장 경쟁과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도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어섰다.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169조 42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7% 늘고, 영업이익은 28조 4700억 원으로 4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외국인 임원 승진자(12명)와 경력 입사자 승진자(150명)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