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11월 22일 문을 연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견본주택에 첫날부터 주말까지 5만 2000여 명이 다녀갔다.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인근은 더했다. 올해 위례신도시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대거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가까운 복정역 인근은 모델하우스 밀집촌으로 변신했다. 지난 10월에는 3개 분양아파트가 위례신도시에 한꺼번에 나오면서 주변으로 파라솔 10여 개가 우후죽순 자리를 차지하고 영업을 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김 아무개 씨(여·55·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모델하우스 주변 이동식 중개업소에서 나눠준 명함만도 수십 장”이라며 “명함들 중에는 지역이나 업소명이 들어 있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정식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이들이 불법 거래에 가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모델하우스에 떴다방이 출현했다는 것은 올 한 해 분양시장의 특징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수도권에 나온 분양물량 상당수가 높은 청약률을 이어갔다. 우정혁신도시 KCC 스위첸은 평균경쟁률이 90.26 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분양물량도 크게 늘었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민간건설사가 분양보증을 받은 물량은 20만 3110가구다. 분양보증은 주택업체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 직전에 받는 것이어서 물량 규모를 분석하기에는 가장 정확한 수치다. 올 한 해 전체 분양물량은 12월 예정된 약 1만 3000가구까지 포함하면 지난해(21만 6870가구)와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물량이 20만 가구를 넘은 것은 지난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대거 쏟아져 나온 ‘밀어내기 분양’ 이후 지난해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다만 지난해는 대부분 분양물량이 지방에서 나왔고, 올해는 상대적으로 투자성이 높은 수도권에 집중돼 떴다방이 유독 많이 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정부가 4·1 대책에서 올해 계약하는 주택에 한해 양도소득세를 5년간 면제해주겠다고 밝혔고, 전셋값 급등 부담에 짓눌려온 서울 등 수도권 수요자들도 분양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건설사들도 장단을 맞추듯 분양가를 대폭 낮춰 시장에 내놓았다. 그것도 분양률이 높을 만한 수도권 알짜 지역이 대부분이었다.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양산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2007년 뼈저리게 경험한 건설사들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분양이 될 만한 지역에 후한 조건으로 물량을 내놓은 것이다.
2006년과 2007년 분양시장은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고, 분양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오히려 분양이 잘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고급 아파트여서 분양가가 높은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못가 고분양가 아파트는 계약률 저조로 이어졌고, 2년 후에는 ‘입주율 하락→미분양 급증→건설사 자금경색’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떴다방들이 가장 활기를 친 시기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 정점에 올랐던 떴다방은 그러나 정부가 전매제한을 강화하면서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후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분양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도 있지만 경기침체로 분양권에 프리미엄(웃돈)이 붙지 않아 거래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들이 올해 다시 분양시장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히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지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들은 위례신도시뿐 아니라 서울 강남권, 동탄신도시, 가재울뉴타운 등지의 분양 아파트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설사들은 떴다방의 잇따른 출현에 내심 기대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분양 성공의 전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분양계획 홍보 및 미분양판매를 요청해도 시큰둥하던 공인중개사들이 올해는 달라졌다”며 “일부 모델하우스에서는 떴다방이 오도록 요청하고 이를 홍보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최근 떴다방들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불법 거래보다는 정당하게 거래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지한 이들도 상당수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투기수요가 거의 사라졌고, 수요자들도 부동산 투자에는 신중해진 터라 무조건 당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들이 거래과정에서 과도하게 프리미엄을 올려 거품을 일으키는 것은 여전히 문제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영 이데일리 기자 grassd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