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최후 변론을 남겨둔 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기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 5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 변경을 신청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 이유로 제시했던 전남 여수 소호동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이 재감정 결과 검찰 기소내용보다 낮게 평가돼 김 회장 측에서 주장한 가격과 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 19일 파기환송심 5차 공판에 엠뷸런스를 타고 출석하는 모습. 구윤성 기자
부동산 감정평가액 변화에 따라 검찰은 한유통을 통한 연결자금과 지급보증에 따른 횡령액을 45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변경했다. 또한 293억 원으로 책정한 드림파마의 변제액도 사실조회 후 변경하겠다고 덧붙이며, 드림파마를 이용한 횡령액의 법적 평가가 업무상 횡령이 아니라면 업무상 배임으로 예비 변경해 예비적 공소사실을 더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 측도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서에 동의하며 한화석유화학의 여수 소호동 부동산이 저가 매각된 부분은 액수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체 규모를 고려하면 배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변호인들은 법률적 구성으로 봐서 저가 매각과 관련해서는 김 회장의 유죄를 보기 어렵다며 의견서를 통해 상세히 밝히겠다고 전했다.
지금까지의 재판 진행 과정으로 봤을 땐 이번 파기환송심이 김 회장 측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1월 21일 열린 3차 공판에서는 김시도 (주)한화 노조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노조가 설립된 이후 무파업·무쟁의 사업장을 유지하고 있고 장기근속 비율 역시 높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한화는 다른 기업들처럼 정리해고가 없었다”며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김 회장의 빠른 복귀를 원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4차 공판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에서 근무했던 진 아무개 씨가 나와 “외환위기 당시 부실계열사인 한유통과 웰롭을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인수한 것은 전체 그룹의 부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김 회장 측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의 횡령·배임액이 줄어든다고 해도 형량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 9월 대법원이 파기 환송하면서 한유통과 웰롭 등이 김 회장의 차명소유 회사이고, 한화그룹 계열사를 통해 부당하게 지원한 부분에 대해서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김승연 회장의 건강도 중요한 변수다. 앞서 두 번의 공판에서 김 회장은 이동식 침대에 누워 피고인석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처음보다는 다소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링거도 꽂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으며, 공판이 끝난 후에는 함께 피고인석에 앉은 홍동옥 한화그룹 전 재무책임자와 변호인 등을 불러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19일 공판에서 김승연 회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호소했다. 서울대 의료진은 “김 회장이 1주일 전부터 호흡기 계통의 상태가 좋지 않아, 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법정으로 오는 앰뷸런스 안에서도 구토를 하는 등 병세가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재판 시작 25분 만에 퇴정했다. 지난 11월 6일 재판부로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네 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허가 받은 김 회장은 내년 2월 28일 오후 4시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머물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6차 공판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장 추가 변경 사항 확인과 함께 최종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의 형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