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신축회관 전경. 이승철 부회장이 신축회관 첫 행사로 ‘집안일’을 치러 뒷말이 무성하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한 참석자는 “이 부회장은 축사에서 ‘딸의 결혼식을 내가 지은 전경련 회관에서 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면서 “전경련의 신축회관 건설을 결정한 전임 조석래 회장(효성그룹 회장)이나, 재임기간 중 신축회관을 준공한 현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을 제쳐놓는 듯해 불편했다”고 말했다. 전경련 신축회관은 지난 2007년 당시 조 회장이 새 건물을 지어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는 결단을 내렸고, 2010년 신축회관 공사가 시작돼 3년 만에 완공됐다.
이 부회장은 이어지는 축사에서 “얼마 전 준공식 때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해주셨는데,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경련의 구회관 신축 때 써 보내준 ‘창조 협동 번영’이라는 휘호를 너무 좋아한다”며 “탁본을 떠서 내 사무실에 걸어놓았고, 이렇게 수첩에도 넣고 다닌다”는 등의 이야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앞세운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에 부응하기 위해 재계에선 가장 먼저 전경련이 창조경제특별위원회를 설치할 정도로 열성적인 지지자이기도 하다. 이날 결혼식에는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정·관·재계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아이디어맨’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신축회관 건설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 때에도 그의 창의성은 유감없이 발휘된 것으로 전해진다. ‘책상이 늘 사각형이고, 사무실 의자가 검정색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려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탈리아 등 해외 출장 때 눈여겨 보아둔 대리석 등을 공수해오기도 했다. 지난 12월 초에 마련된 출입기자 송년회가 일반 식당이 아닌 한강유람선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시작해 20년여 만에 내부 승진을 통해 상근부회장의 자리에 앉았다. 내부 승진이 이뤄진 것은 고 최종현 회장(SK 회장) 시절인 조규하 부회장 이후 처음이었다.
이런 이 부회장의 튀는 행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전경련 신축회관에서 딸 결혼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재계 사람들은 전경련이 웨딩사업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내부에선 실력을 인정받고 일부 힘 있는 회원사가 뒤를 봐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튀는 행동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면 밖에서나 회원사들이 곱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웅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