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칸타타' 브랜드로 사업을 해 오던 커피믹스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4위인 롯데칠성이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동서, 남양, 네슬레에 밀려 시장 내에서 점유율 확보에 실패했다”며 “또한 시장 과열로 인한 과도한 판촉경쟁으로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시장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RTD(Ready To Drink·구입해 바로 마실 수 있는 캔·컵·병 등의 형태로 된 커피) 시장에선 '레쓰비'와 '칸타타'의 브랜드로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1위 업체지만, 커피믹스 시장에선 이렇다할 힘 한 번 써 보지 못하고 백기 선언을 한 것이다.
약 1조 2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맥심'으로 잘 알려진 동서식품이 약 8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 '프렌치 카페'의 남양유업이 13% 안팎의 점유율로 2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그동안 모기업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1%대의 점유율로 동서, 남양, 한국네슬레에 이어 업계 4위의 자리를 근근이 지켜 왔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이 시장 조기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마케팅 실패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단적인 예로 남양유업은 롯데칠성보다 5개월 늦게 이 시장에 발을 들여 놨지만 '카제인 나트륨을 뺀 몸에 좋은 커피'라는 점을 '프렌치카페'의 홍보 콘셉트로 내 세우며 제품 출시 6개월 만에 1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오며 업계 2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이른바 '갑의 횡포' 사태가 터지면서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프렌치 카페'는 별 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반면 롯데칠성은 '원두가루가 커피잔에 남는다'며 '진짜 원두커피'를 마케팅 포인트로 내 세웠음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또한 기존 제품들의 분무건조방식이 아닌 동결건조방식을 사용해 커피 본래의 향이 잘 보존시켰다는 점을 강조해 제품 차별화에 나섰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며 제품력 부재를 자인할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롯데칠성은 몇 년째 1%대의 지지부진한 점유율에 자극 받아 지난해 초 무빙카페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업계 최초로 상품권을 출시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냉담하기만 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캔커피 시장에서의 확고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커피믹스 시장으로까지 외연 확장에 나섰던 롯데칠성이 마케팅 실패와 제품력 부재로 인해 시장 조기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서울우유, 농심 등 새로운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으로 커피믹스 시장이 더욱 레드오션화 돼 가고 있다는 점도 롯데칠성으로선 부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롯데칠성 관계자는 자사의 커피믹스 시장 철수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