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 인수되는 ‘위드미FS’의 홈페이지.
이마트는 위드미 인수 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밑그림은 그린 상태다. 신세계 관계자는 “우리는 중소상인과 싸우는 게 아니라 편의점 ‘빅3(CU·GS25·세븐일레븐)’와 싸우는 것”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중소상인과 상생·협력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의 편의점 사업 진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신세계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편의점 사업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통 라이벌 롯데가 세븐일레븐을 통해 편의점 시장에서 빅3의 한 꼭짓점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신세계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신세계의 편의점 시장 진출을 예견 가능케 했다.
실제로 신세계는 지난 수년간 편의점 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하지만 중소상인들의 반발과 정책 규제로 기업형슈퍼마켓(SSM)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고 대기업의 편의점 사업에 대한 시선이 따가워지면서 뒤로 물러났다. 2009년 말~2010년 초 바이더웨이 인수전에 신세계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제 와서 바이더웨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두고 신세계 내부에서 크게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세계가 바이더웨이를 인수했다면 지금쯤 속 편하게 편의점 사업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안 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진출하려다 보니 뒷말이 무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달리 선택할 것이 없었던 것 같다”며 “유통 전문기업으로서 완전히 다른 제조업을 하기도 힘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의무휴일제를 하고 있어 대형마트 시장에서 더 이상 큰 성장을 바라기는 힘들어졌다. 물론 신세계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주력하는 분야는 따로 있다. 교외형 복합쇼핑몰과 온라인몰이 그것. 그러나 지난 6일 밝힌 투자계획에서 엿보이듯 이들 분야는 자리 잡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신세계의 공격적인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이들 분야다. 편의점 분야는 투자금액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편의점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도 신세계가 편의점 시장 진출을 결정하는 데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미래정책연구소 연구 결과, 편의점 시장 매출은 2012년 10조 9000억 원, 지난해는 11조 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8.3%, 9.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비해 큰 성장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성장은 했다지만 2012년 18.3%에서 지난해 9.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편의점 시장 역시 조만간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편의점업계 1위인 CU의 경우 지난해 말 점포 수가 2012년에 비해 28개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편의점 시장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모범거래 기준이나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편의점 시장이 블루오션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만 이마트가 인수하기로 한 위드미의 경우 점포 수가 89개밖에 되지 않아 반경 250m 내에서는 출점을 규제하는 공정위 모범거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점포 수 1000개 이하 업체는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가맹사업법개정안 시행령에 따른 동종 브랜드 영업권 보장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마음만 먹으면 신세계는 ‘위드미’의 점포 수 확장을 언제든지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위드미는 이르면 2월 말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기존 편의점들과 달리 업주 위주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상생협력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