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총장은 취임 후 과도한 음주는 삼가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상은 국민수 대검 공보관의 전언이다.
검사들의 대표적 술문화 중 하나였던 폭탄주가 검찰에서 사라질까. “그래도 20년 이상 검찰의 술문화로 자리잡았던 폭탄주의 위력이 어디 가겠는가”라고 반문하는 검사들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송 총장과 달리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폭탄주로 검찰에 다가서고 있다.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총장의 궁합이 의외로 잘 맞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 섣불리 강 장관이 검찰 조직을 완전 장악했다고 평가할 순 없으나,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있는 표현을 하나 예로 들었다. 이른바 ‘폭탄주 투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술문화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은 폭탄주를 검찰의 자존심으로 인정하면서 이를 매개로 접근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강 장관의 공식 만찬은 두 차례 정도. 한 번은 지난 3월 검찰 개혁 파동이 한참 휘몰아치던 때였다. 당시 명노승 전 법무부 차관 등 퇴임했거나 퇴임을 앞둔 법무부 고위 간부들을 위로하기 위한 고별만찬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강 장관이 참석했고 자연스럽게 폭탄주가 돌았다고 한다.
당시 강 장관은 “법조계 선배들로서 비록 나가시더라도 많은 질책과 조언 바란다”며 한껏 허리를 숙이는 분위기였다. 당연히 ‘선배’들의 엄연한 관행이었던 폭탄주 돌리기를 막을 순 없었다. 오히려 폭탄주가 돌면서 처음의 긴장됐던 분위기가 풀어지고 심지어는 퇴직 간부들과 강 장관 사이에 농담도 오고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자리는 송광수 신임 검찰총장 취임 직후 있은 강 장관 취임 축하연. 평소 폭탄주 5잔 정도는 가볍게 할 정도의 주량으로 알려진 강 장관이 폭탄주를 직접 돌렸다고 한다. 그 첫 순서는 당연 송 총장. 초임검사 시절 하늘 같은 선배가 권하는 폭탄주도 마다했을 정도의 소신파였던 그도 ‘후배 장관’의 제의만큼은 거절키 어려웠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날 송 총장의 이례적인 ‘폭음’은 이튿날 검찰 전체에 내려진 ‘과도한 음주를 금한다’는 지침의 시발점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수 공보관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송 총장이 취임 이후 ‘원활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과도한 음주를 삼가라’는 지침을 내린 바는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나도 그 같은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밝혀 이 얘기는 검찰 밖에서도 화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송 총장은 워낙 술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특히 폭탄주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검사로서의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한 송 총장으로서는 마치 폭탄주가 검찰의 문화인 양 인식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이라고 밝혔다.
국 공보관 역시 “송 총장은 술을 강권하는 문화를 싫어한다”면서 “기자들과 간단하게 반주로 한잔 정도 하는 경우는 있다”며 전혀 술을 않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총장의 몫이다. 송 총장의 폭탄주 혐오감 탓에 최근 서초동 일대 술집에는 ‘쨍그렁(폭탄주 마신 후 잔을 흔들 때 부딪치는 소리)’이 사라졌다는 말이 들린다.
이에 대해 대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점심 때 술 먹는 문화는 거의 사라졌지만, 그래도 술을 좋아하는 주당들은 퇴근 후 여전히 술을 즐기지 않겠느냐”며 폭탄주 문화에 대한 향수가 여전함을 내비쳤다.
실제 검찰을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의 전언에 의하면 “요즘 폭탄주 돌리면 위에서 폭탄 맞는데…”라고 웃으면서도 저녁 식사 자리에서 폭탄주 2~3잔 정도 돌리는 문화는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간부급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예전처럼 폭탄주를 과시하는 문화는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검찰 신임 인사가 발표되면 그 프로필에 으레 ‘두주불사형’ ‘폭탄주의 대가’ 등의 소개가 곁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진규 서울고검장, 김학재 전 대검차장처럼 아예 ‘술은 입에도 못댄다’는 표현이 더 자주 등장한다.
현재 검찰 내에서 그래도 술을 좀 하는 것으로 소문난 간부들은 이범관 광주고검장, 이종백 인천지검장, 임승관 창원지검장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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