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약국이 도입되면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지역 의원을 상대하는 동네 골목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그런데 최근 이러한 논란 속에서 단순한 대기업은 물론 대형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법인약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몇몇 업체들은 정부의 법인약국 허용 여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중견 제약사 유통 담당자는 “만약 시장만 열린다면 대형 제약사들이 법인약국 시장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은 매우 높다”면서 “제약 시장은 신약 개발 경쟁 이전에 약국과 병원을 상대로 한 영업 및 유통 싸움이다. 자본은 물론 자체적인 제약 생산라인을 갖춘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법인약국 사업 진입을 통해 자체 유통망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대형 제약사들이 법인약국 시장에 진출해 유통망을 장악한다면, 경쟁이 치열한 처방전 외 의약품 및 카피약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대형마트들이 자체 판매망을 통해 PB(자체제작)상품을 유통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약사·약국 업계 내부에선 이미 이러한 대형 제약사들의 법인약국 시장 진출 가능성에 경계하고 있는 눈치다. 이미 이러한 내용은 대한약사회가 마련한 법인약국 저지와 관련한 홍보물에도 언급돼 있었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홍보팀장은 “대형 제약사들이 법인약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약이라는 상품이 참 묘하기 때문”이라며 “겉으론 소비자가 엔드유저(최종사용자)지만, 사실상 약국이 엔드유저다. 일반 소비자는 다른 상품과 달리 약에 대한 정보를 갖기 쉽지 않다. 결국 약국이 구비한 범주의 상품 안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제약사들은 이를 노리는 것이다. 결국은 유통”이라고 밝혔다.
최 팀장은 “형태로 보면 삼성, 현대와 같은 재벌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대형 병원을 거점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아예 지역 의원을 상대하는 동네 골목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한 예로 실제 대형 제약사인 A 사와 특수 관계에 있는 A 병원의 경우, 지금도 A 사의 약만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대형 제약사들이 시장에 뛰어든다면,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현상이 암암리에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법인약국 추진에 대해 대한약사회 측은 지난 14일 ‘법인약국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와 회장단 회의를 통해 투쟁을 선포했으며, 의료영리화 반대를 위해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과 공조한다는 방침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