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그러나 지난 2011년 4월 박찬구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되면서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측이 박찬구 회장에 대한 의혹을 검찰에 제보했을 뿐만 아니라, 박삼구 회장의 전·현직 측근들이 법정에서 박찬구 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것이다.
2년간의 검찰 수사와 재판 끝에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박찬구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박찬구 회장이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으로 하여금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보에게 이사회 의결과 담보 제공 등 자금 회수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총 14회에 걸쳐 34억 원 상당을 빌려주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인자금을 개인 계좌에서 인출하듯 손쉽게 이용했고, 이로 인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위험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박준경 상무보가 대여금을 모두 변제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법인 자산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여한 점에 대해선 죄가 인정되지만, 돈을 빌려줄 담보나 자금이 대여금을 갚을 여력이 있었기에 배임으로 보긴 힘들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박찬구 회장이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100억 원대 주식거래 손실 회피, 납품가 부풀리기 등을 통한 횡령 등 나머지 혐의에 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1심 판결로 박찬구 회장이 상당부분의 혐의를 벗을 수 있게 되면서, 박찬구 회장과 형 박삼구 회장 사이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박찬구 회장 재판이 두 형제를 화해할 수 없게 만든 큰 요소였다. 그러나 몇 년씩이나 크고 작은 싸움이 계속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피곤한 일”이라면서 “이번 재판 결과로 박찬구 회장 측도 한 고비 넘었으니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일단 박삼구 회장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목에 겨누어져 있던 칼을 우리 힘으로 거두었다”며 “이제는 박삼구 회장이 화해의 뜻을 전하든, 어떤 제스처를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찬구 회장이 형 박삼구 회장의 화해를 받아들일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우리가 이번 판결에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앙금이 모두 해소됐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박삼구 회장 측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해온다고 해도 박찬구 회장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박찬구 회장의 마음에 달린 것”이라고 전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우리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이번 판결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두 형제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취할지 아직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나긴 금호가 형제의 난이 언제 끝날 수 있을지, 두 형제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