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저수지에 얼음낚시를 하러 간 도민준(김수현 분)을 따라간 천송이(전지현 분)는 자신의 사랑 고백에 대한 민준의 생각을 묻는다. 이에 민준은 냉정하게 송이의 사랑 고백을 거절한다.
민준이 거짓말 하는 것 같다며 그 동안 자신을 도와준 이유가 뭐냐고 묻는 송이에게 민준은 “연예인이라 호기심으로 그런 것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답한다. 민준 역시 송이를 사랑하지만 곧 떠나야 하며 함께 사랑하며 늙어갈 수 없는 처지인 터라 매몰차게 거절한 것이다.
극중에선 이 장면으로 두 사람의 저수지 장면은 마무리됐다. 이후 이휘경(박해진 분)의 도움으로 귀가한 송이는 실연의 상처로 시름한다. 특히 만취한 천송이가 백지영의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을 부르며 온갖 행패를 부리는 주사 장면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11회가 끝난 뒤 에필로그에선 저수지 장면 추가분이 소개됐다. 홀로 눈물 흘리며 걸어가는 송이를 보고 있던 민준은 시간을 멈추게 만든 뒤 송이에게 다가가 슬픈 키스를 한다. 시간이 멈춰 고정돼 있는 송이에게 민준이 슬픈 키스를 하는 것.
방송 캡쳐 사진
가슴 시린 이 장면을 법률적으로 보면 어떨까. 여성을 반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뒤 의식조차 없게 만들어 놓고 강제로 키스를 한 만큼 성추행으로 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여성을 만취시킨 뒤 이런 성추행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고 최근에는 프로포폴 등으로 여성을 마취시킨 뒤 성추행하는 사건도 있다. 민준의 키스 역시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활용한 성추행이 아닐까. 그 사실을 알게 된 송이는 민준을 성추행으로 고소할 수 있을까.
물론 가능은 하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현실적으로 범행 일시를 정확히 지정할 수 없다. 현실 세상에선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에 벌어진 일이라 특정 시간에 성추행 범행이 벌어졌다고 특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추행은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만 극중 상황을 놓고 볼 때 송이는 민준이 자신 모르게 다가와 키스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 보단 사랑을 확인한 행복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행위 자체는 성추행으로 볼 수도 있지만 송이의 심리상태가 성적 수치심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성추행으로의 법적 처벌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별에서 온 그대 11회 에필로그에 등장한 민준과 송이의 키스신은 설원 위에서 이뤄진 아름다운 키스, 그렇지만 절대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키스가 됐다. 안타까운 부분은 극중 민준과 송이의 사랑 역시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슬픔에 부딪혀 있다는 점이다.
한편 <별에서 온 그대> 11회 마지막 장면에선 민준이 차에 치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점차 민준의 초능력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그만큼 23일 방송되는 <별에서 온 그대> 12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