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이 3월 신당 창당을 선언한 지난 1월 21일, 새누리당 내부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창당 발표 시점이 좋았다는 시샘이 섞여 있었다. 몇몇 인사들의 말은 이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가운데여서 청와대발 정치뉴스가 없었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문제로 지겨우리만큼 갈등을 빚던 중이었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대란까지 겹쳐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안철수의 새정치가 여의도 3대 미스터리 중 하나라며 그 희미한 개념을 조롱했지만 그래서인지 창당 시점을 밝힌 것만으로도 뭔가 개운한 구석이 있었다”며 “언론의 주목도가 커진 것도 그런 맥락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한 새누리당은 안철수 신당 창당과 관련해 사람 단속에도 나서야 할 판이다. 18대 국회에서 쇄신소장파로 분류됐던 김성식 전 의원이 안 의원 측으로 합류하면서 새누리당과 안 의원 간에 보이지 않는 끈이 생겼다는 것이다. 개헌 논의 시점과 전당대회 개최 일정을 두고 당 지도부와 건건이 마찰을 빚는 이재오 의원, 18대 국회 때 친이계 주류였다가 19대 국회 들어선 당내 비판적 비주류 세력으로 바뀐 김성태 김용태 조해진 의원 등을 두고도 “새누리당 울타리 밖으로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인사들”이라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구태를 지적하며 새정치 울타리로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은 안 의원 측이 지방선거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당 내부에서는 영남권 호남권에서 각 한 곳씩 안 의원 측 후보가 당선되면 일단 지역주의 구도를 타파한 모양이 돼 신당에 힘이 실릴 것이라 걱정하고 있다. ‘남부라인’을 접수하면 북상에 힘이 실린다는 이야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선전하더라도 ‘4:3:3(새누리당:민주당:신당)’ 정도의 지지율이라면 새누리당으로선 사실상 패배와 같아서 그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공천을 기웃거리다 탈락하는 인사 중에 분명히 안철수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안 의원이 내세우는 새정치가 이런 (탈락한) 사람들에게 명분으로 딱 좋지 않은가”라고 했다. 일각에선 명절을 앞두고 밝힌 제주선언이어서 설 밥상에 안철수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도 걱정한다. 설 직전에 또 어떤 거물이 영입될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