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회 해오름식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과 윤여준 의장. 안 의원 측은 6·4지방선거에서 총 1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무리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종현 기자
조급해진 안철수 의원은 최근 말 그대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안 의원의 일정을 보면 유명 연예인 스케줄을 방불케 한다. 만나기 5분 전에야 자신이 만날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라며 “안 의원이 최근 ‘인재영입을 하기 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고민을 내비추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안 의원은 급하게 영입한 인사들로 신당이 구성될 경우 훗날 신당 내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지만 ‘3월 창당’을 선언한 만큼 ‘신속’ 영입을 멈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안철수 의원 측은 가칭 ‘새정치신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오는 2월 17일을 디데이로 잡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이를 두고 앞서의 측근은 “어떻게 하겠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이미 쏘아버린 화살을 무슨 수로 멈추나. 안 의원이 감내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 스케줄을 뛰어넘는 살인적인 일정이지만 인재 영입에 있어선 아직까진 별다른 실효가 없다는 게 안 의원 측 관계자 다수의 전언이다. 접촉 중이라며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 거물급도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말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그나마 거물급 인사들의 경우 대부분 신당 입당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왼쪽부터 오거돈 전 장관, 강봉균 전 의원.
안 의원의 또 다른 영입대상 1 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강봉균 전 의원 역시 신당의 간판을 달고 지방선거에 적극적으로 임하긴 쉽지 않을 거란 반응이다. 안 의원 측 또 다른 측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이 직접 강 전 의원에게 ‘강 전 의원께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및 지역 후보나 전남지사 후보로 뛰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권유했지만 현재까지는 강 전 의원으로부터 긍정적인 사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 전 의원이 결단을 내릴 때까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 전 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했던 한 민주당 측 관계자는 “강 전 의원이 직접 후보로 뛸 생각은 없을 것이다. 신당의 무게감을 달아주는 명분으로 자신의 이름만 ‘간판’격으로 걸어주는 대신 훗날 다음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관계자는 “사실 강 전 의원은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불출마대상자로 정리되어서 잘린 사람이다. 본인도 그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정치인생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철수 신당으로 갈 이유가 있나. 강 전 의원이 신당 초기에 들어가 고생할 생각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앞서의 강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새정추 측 관계자에게 “강 전 의원께서 ‘이 나이에 지역 출마할 일 있나’는 말을 했다. 강 전 의원을 그냥 윤 전 장관처럼 ‘간판’격으로 모셔가는 게 어떤가”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인재 확보와는 별도로 현역 의원 모시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방선거 시 현행법상 의석수 5석 이상이어야 고정번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최근 “고정번호를 받고자 무리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박주선, 강동원 의원 등과 접촉해 대대적인 ‘의석 수 불리기’에 나선 상황. 오는 지방선거까지 의원 5명을 영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박 의원이 최근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강 의원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의원 2명을 확보하는 것까지는 순탄했지만, 나머지 1~2명을 더 영입하는 건 시기적으로 어렵다는 게 안 의원 측 내부 관계자의 귀띔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몇몇 현역 의원들 역시 “총선도 아닌 공천권도 없는 지방선거를 매개로 입당하는 현역 의원이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치세력화는 기본적으로 총선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정치세력화의 단초가 되기 어렵다”면서 “특히 현역 의원의 경우 공천권이 올 건지를 보고 당을 갈아타는데 아무런 약속도 없이 안철수 의원과 손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번호’를 받기 위해 현역의원들과 접촉하는 한편 지방선거에서 17개 지역 후보를 내기 위해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 안 의원. 오는 7월과 10월 연이어 치러질 재보궐 선거도 간과하기 어려운 정치 이벤트다. 이를 위해 안 의원은 강준만 전북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 스타급 교수들을 영입하려 접근했지만 최근 표 전 교수와는 결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선거와 관련해 ‘인재난’을 겪고 있는 안 의원은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 의원 진영 내부에서 벌써부터 재보궐 선거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 영입에 몰입 중인 안 의원이 내부 인사들을 통제할 만큼 ‘지휘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먼 정치일정의 얘기이긴 하지만 안 의원이 내부 참모 단속에도 상당히 고전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이는 곧 닥치게 될 지방선거 전에서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왼쪽부터 조광희 팀장, 금태섭 대변인.
반면 안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금 대변인의 출마 의사를 들어본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 듣는 소리다. 더군다나 안 의원은 아직 서대문 재보궐에 금 대변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앞서의 새정추 관계자는 “조광희 팀장은 소리 없이 강하다. 민변, 법무법인 원 등 모든 업무를 접고 정치에 올인하지 않았나. 안 의원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고 내부 평도 좋다. 아마도 조 팀장이 서대문을을 지원할 경우 금 대변인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안 의원이 영화 <변호인>을 관람했을 당시 조 팀장이 안 의원의 옆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금 대변인은 <변호인> 관람 일정조차 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의원의 신뢰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케이스다. 새정추 내부의 ‘2파전’이 어떻게 될지의 여부와는 별개로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선 “대변인의 사적인 정치플랜이 민주당에까지 흘러들어간 걸 보면 내부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거 아니냐. 안 의원이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