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의사는 “두 달에 한 번꼴로 관계를 가지는 40대 여성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오르가슴도 느끼고 즐길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고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며 수술요법을 상담해왔다”며 “그러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심층적인 상담을 하다 보니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시어머니와 갈등이 심해지자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남편과 성관계를 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분노가 깊어지다 보니 진짜로 섹스리스가 된 경우였다”고 말했다.
남편의 포경수술이나 성기모양 성형을 상담해오는 여성도 있다. “포경수술을 받지 않는 남편의 성기를 보면 관계를 하기 싫어진다”며 남편을 설득해 달라는 식의 문의다. 여성의 경우 성욕이 정서적인 면에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반대로 성욕이 지나쳐 병원을 찾는 여성도 있다. 밤이면 밤마다 남편에게 관계를 요구하다 보니 오히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긴 경우였다. 성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파트너도 함께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더니 환자가 세 사람 분을 처방해달라고 한다거나, 아내나 남편이 아닌 상대와의 성관계 문제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앞서의 산부인과 의사는 “요즘에는 ‘한방에 부부관계를 할 수 있게 하는 약이 없느냐’며 비아그라와 같은 약물처방을 원하는 여성들도 많다”며 “남성을 위한 연구는 활발한데 상대적으로 여성의 성장애 연구는 답보상태에 있으니 성생활에 만족을 느끼는 여성이 많지 않아 생기는 에피소드”라며 “여성을 위한 비아그라와 같은 신약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