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과정에서 나라종금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아스텍창업투자(주)로부터도 1억9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종금 수사 막판에 불거진 아스텍창투는 어떤 회사인가. 안씨와 어떤 관계였기에 1억9천만원을 건네준 것일까.
이 사건에 아스텍창투가 연루된 것은 이 회사의 대주주인 이상호 우리들병원장(53)과 노무현 대통령의 오래된 친분 관계가 깊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아스텍창투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 99년 안희정씨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진 곽용석 사장(39)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 나라종금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안희정씨에게 돈 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진 아스텍창투. 이종현 기자 | ||
일원동 자택을 방문했으나, 곽 사장 부인은 “회사에 나갔다”고만 짧게 말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아스텍창투 관계자는 “사장님이 이번 일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곽 사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곽사장이 지난 99년 7월부터 11월까지 안희정씨에게 1억9천만원을 건넨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나라종금 의혹사건’을 마무리지으려는 시점이었다. 안씨는 지난 99년 7월6일 오아시스워터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95년 10월 설립한 ‘장수천’에서 생산한 ‘오아시스’ 생수의 판매 회사. 따라서 곽사장이 안씨에게 처음 돈을 건넨 시기는 오아시스워터가 막 설립됐을 때였다.
검찰은 “곽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줬으나, 2000년 9월 오아시스워터를 매각할 때 안씨는 이를 갚지 않았다”며 “곽씨는 안씨에게 건넨 돈을 오아시스워터의 주식으로 전환한 뒤 결손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곽씨가 이 같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검토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안씨는 오아시스워터 매각 자금을 어떻게 사용한 것일까. 이에 대해 안씨는 검찰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노 대통령 지지 모임인 ‘자치경영연구원’의 운영과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곽 사장은 안씨에게 투자한 돈을 되돌려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곽 사장은 왜 업무상 배임혐의를 감수하면서까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아스텍창투의 주주현황에서 단서를 잡을 수 있다.
지난 98년 2월 설립된 아스텍창투의 대주주가 바로 노 대통령의 정치적 후원자로 알려진 이상호 우리들병원장(53) 부부였던 것. 상업등기부에 따르면, 5월31일 현재 아스텍창투의 자본금은 1백억원(2천만주)이다.
그런데 곽 사장이 안씨에게 직접 돈을 건넨 99년 5월 현재 이 원장은 아스텍창투 자본금의 49%를 출자한 상태였으며, 이 원장 부인인 열음사 김수경 대표(54)가 37%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 원장 부부가 전체 지분의 88%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 실질적인 ‘오너’였던 셈이다. 대표이사는 산은캐피탈출신이었던 곽씨가 맡았다.
노 대통령은 이 원장 부부와 오래 전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 출신인 이 원장은 지난 92년 우리들병원을 차렸는데, 이 병원의 자문변호사가 바로 노 대통령이었던 것.
또 올해 초 노 대통령의 척추 디스크 수술을 맡은 이도 이 원장이었다. 그리고 이 원장 부인인 김씨가 경영하는 출판사 ‘열음사’에선 2001년부터 노 대통령과 관련된 서적 3권(<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노하우에 리플달기> <노하우에 쓴 러브레터> 등)을 펴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이 원장 부부의 사이가 이렇게 가깝다 보니, 지난 99년 곽 사장이 안씨에게 전달한 돈도 결국 노 대통령을 보고 건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곽 사장도 검찰에서 “당시 안희정씨가 노 대통령 측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곽 사장과 안씨는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노 대통령과 이 원장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99년 당시 대표이사였던 곽씨가 자신의 독자적 결정으로 안씨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이 원장의 부인 김씨를 소환,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 4월 나라종금 수사가 재개된 이후 안씨와 통화한 내역 등을 조사했으나, 이렇다할 진술을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 원장 부부는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우리들병원 원장실은 굳게 닫혀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원장님은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리됐는데 굳이 구설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인터뷰 사양 이유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진료가 있을 때만 병원에 잠시 들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원장은 지난 30일 평소 사용했던 휴대폰 번호까지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의 부인 김씨도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오질 않았다.
그렇지만 검찰이 이 원장에 대해 조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 후원인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씨가 받은 돈이 유입된 ‘자치경영연구원’의 자금 집행 내역과 노 대통령의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