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 도우미가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무관. | ||
최근 정치권의 ‘호화판’ 룸살롱 술파티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기업체 간부나 고위층 인사를 상대로 한 이른바 ‘출장 도우미’가 상류층에 은밀히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은 이른바 전문 ‘나가요걸’이 아닌 일반 직장 여성으로 구성된 게 특징.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호출을 받으면 약속된 장소로 나가 술시중을 드는 방식이다.
그러나 술접대 이외에는 절대로 2차를 나가지 않는 게 기본 원칙으로 알려진다. 경찰은 이 같은 술접대가 암암리에 퍼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새벽 4시경 강남경찰서로 한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남자 두 명으로부터 강제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일반적인 성폭행 사건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교외 별장에서 술접대를 하는 ‘출장 도우미’의 실체가 드러난 것.
그동안 기업체 간부나 고위층 인사 등을 상대로 출장 접대를 하는 이른바 ‘프리미엄급 접대부’들의 소문은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들은 기존 술집 접대부들과 차별화를 강조한다. 멤버 전체가 전문직 여성으로 구성돼 있을 뿐 아니라 외모 또한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접대 장소가 룸살롱이 아닌 일반 주택이거나 교외 별장인데다가, 알선도 그들만의 은밀한 휴대폰 연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술접대를 하는 당사자들도 대부분 전문직 여성이거나 현직 모델들이기 때문에 관련 사실을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경우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신고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한다. 그러다가 알선을 주선하는 마담으로부터 호출이 떨어지면 약속된 장소로 달려간다. 이들은 사회 돌아가는 이치와 상식에도 밝아 동석한 남성 손님들의 말상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2차는 절대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2차를 나갈 경우 몸값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모 기업체 및 방송사 간부의 요청을 받은 강남의 한 룸살롱 마담이 ‘술시중 도우미’ 두 명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호출을 받은 여성은 내레이터 모델과 보석회사 직원. 모두 당당히 자신의 직업을 가진 전문 여성들이다.
이들은 하루동안 술자리에 동석하는 조건으로 1인당 50만원을 받고 술자리에 합류했다. 이들은 알선을 담당한 마담으로부터 “2차를 나가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고 현장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의 술자리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이들은 경기도 가평의 한 별장에서 만나 질펀한 놀이를 즐겼다. 수사를 담당한 한 경찰 관계자는 “저녁 5시에 만나 계곡에서 바비큐 파티를 가진 후 별장에 마련된 가라오케에서 유흥을 즐기며 놀았다”고 말했다.
사건이 불거진 것은 자정을 넘어 새벽이 될 무렵이었다. 이날 신고를 한 여성의 주장에 의하면 상황은 이렇다. 새벽 1시경 한 여성에게 술에 잔뜩 취한 기업체 간부가 덤벼들었다. 이 여성은 술접대 이외의 관계는 안하기로 한 조건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했으나 화가 난 이 남성에게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기업체 간부의 주장은 상반된다. “서로 술도 취하고 흥에 겨운 분위기에서 묵시적인 합의하에 성관계 직전까지 갔다”는 것. 사건을 담당한 검찰에서는 이 상반된 주장에 대해 현재 경찰측에 보강수사를 요구한 상태다.
한편 경찰은 이 같은 ‘출장 접대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술집 접대부가 아닌 일반 여성이 출장 도우미를 하는 사례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개인 별장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신고가 없으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룸살롱 업계에서는 고위층 인사들이 업소를 피해 개인 별장에서 유흥과 접대를 즐기는 문화에 대해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3당 대표의 모 룸살롱 파문에서 드러났듯 세간의 눈길을 피해 비밀리에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이목이 없는 개인 저택이나 교외 별장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여의도 K룸살롱의 한 마담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여의도 일대 유명인사들 상당수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보통 때는 업소에서 술을 마시지만 중요한 접대 자리나 대화자리가 있을 경우 별도의 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땅한 장소가 없을 경우 주변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며 “술과 안주 및 접대 여성 등도 출장 도우미 형식으로 소개해준다”고 귀띔했다.
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