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철 전 붉은악마 회장 | ||
초대 붉은악마 회장과 한·일월드컵 때 4대 회장을 지냈던 신씨는 붉은악마를 태동시키고 발전시킨 주인공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신씨는 월드컵이 끝난 지 3개월 뒤 대통령 선거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와중에 갖가지 의문을 남긴 채 돌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붉은악마 회장직을 공식 사퇴한 10월 이후 신씨는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차단한 채 현재까지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전혀 갖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신씨의 행보는 사퇴 당시 제기됐던 정치권 외압설 등에 대한 의혹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겨놓고 있다.
그는 10월 사퇴 이후 대선이 끝날 때까지 2개월여 동안 휴대폰을 꺼놓은 채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그 뒤로도 그는 붉은악마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피해 왔다.
현재 신씨는 보석 무역 등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면서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4월부터 몇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신씨는 한결같이 “조용히 살고 싶다”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또 그는 “축구와는 관련이 없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며 “언론이 이제 그만 저를 잊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월드컵 당시의 정치권 외압설과 관련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신씨 역시 월드컵 1주년을 맞아 그때의 추억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듯했다. 지난 6월5일에는 그가 월드컵 당시의 붉은악마 회원들과 함께 강남의 한 술집에서 모임을 갖는 것이 목격됐다. 회원들이 여전히 신씨를 ‘회장님’으로 지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날도 신씨는 인터뷰 요청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자연인 신인철로 살고 싶다”며 인터뷰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붉은악마의 핵심멤버로 활동했던 Y씨는 “신 회장뿐 아니라 붉은악마 운영진 상당수가 언론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붉은악마 초창기에는 언론이 외면했었고, 월드컵 열풍 이후에는 오히려 왜곡하고 이용하려고만 했다”며 “신 회장의 잠적 또한 언론이 자초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10월 사퇴 당시 강력하게 제기됐던 정치권 외압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신씨 이외에는 붉은악마 핵심 멤버들도 이와 관련된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가에는 신씨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입당 권유와 지지 성명을 요구했다는 등 이른바 ‘압력설’이 나돌았었다. 이와 함께 ‘신씨가 견디다 못해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Y씨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철이형(신씨)이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붉은악마 전 미디어팀장인 신동민씨도 “지금도 1주일에 한 번 정도 신 전 회장을 만나지만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동민씨는 “새로운 사람들이 열정을 갖고 일하고 있는데 과거의 사람들이 자꾸 뭐라고 이야기하고, 또 (언론에)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붉은악마 집행부가 태동 초기의 순수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젠 정말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신인철씨와 아직도 ‘정치권 압력설의 진실’을 캐내려 하는 언론. 신씨에게 ‘월드컵의 추억’은 과연 어떤 것일까.
안순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