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최근 월드컵 입장권 판매대행사 선정과 정에 비리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중인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 ||
검찰에선 월드컵휘장사업 비리 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그 끝이 어딘지 아직 단언할 수 없다. 여기에 경찰도 최근 월드컵 입장권 판매대행사 선정 과정 등에 비리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판매대행사로 선정됐던 인터넷 쇼핑몰업체 인터파크는 “월드컵 입장권 판매대행사 선정 과정에 어떤 비리나 로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일요신문>은 2000년 12월 월드컵 입장권 판매대행사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FIFA대표들이 작성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의 입장권 판매대행사 선정-FIFA 보고서’(KOWOC Selection of a Ticket Sales Agent-FIFA Report)를 단독 입수했다.
A4용지 7장 분량인 이 보고서를 검토해보면 FIFA 대표들은 인터파크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경쟁업체였던 티켓링크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FIFA 보고서는 지난 2000년 12월18일 작성됐다. 이때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월드컵 입장권 판매대행 업체를 최종 선정한 12월22일보다 4일 앞선 시점이었다.
당시 조직위는 12월6일 사업설명회를 가졌고, 12월14일 참여희망업체였던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등 두 개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를 접수했다. 제안서를 접수한 조직위는 바로 다음날(15일) 심사위원회를 소집했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끝난 다음 업체를 최종 선정하기 전에 작성된 셈이다. 당시 심사위원은 모두 5명. 연세대 C교수와 서울대 K교수, 숭실대 L교수 등이 국내 심사위원이었으며, FIFA 대표로는 영국의 스포츠컨설팅 회사인 바이롬사의 IT 책임자였던 토니 하워드와 영국과 프랑스 합작 기술 회사인 세마그룹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벤체스라오 보버 등이었다.
이들 가운데 바이롬사의 토니 하워드와 세마그룹 벤체스라오 보버 등 2명의 FIFA 대표 심사위원이 이 보고서를 작성, 서명 날인했다.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제안서 심사는 소프트웨어 일반 분야와 월드컵 입장권 고유분야, 일반 분야 등 세 분야로 구분돼 실시됐다. 토니 하워드와 벤체스라오 보버 등은 일반 분야를 제외한 두 개 분야의 심사를 맡았다.
이들 FIFA 대표 심사위원들은 “심사는 2000년 12월15일과 16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조직위는 하루 만에 심사절차가 완료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명했다”며 “한 시간 정도 제안서 평가에 할애됐으며, 그 후 각 업체를 방문해 한 시간 동안 업체 프레젠테이션(설명회)과 시스템 시연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입장권 사업은 조직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월드컵 사업 중 특별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월드컵 판매대행업체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채점 시간은 두 시간 정도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이번 심사에서 현장 평가에 할애된 시간은 업체가 제안하고자 하는 솔루션을 충분히 시연하는 데 불충분했다”라고 지적했다.
▲ 2000년 12월 작성된 ‘FIFA 보고서’ 결론 부분. | ||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측 심사위원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저명한 인사로 참여(희망)업체들의 소프트웨어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나다”며 “하지만 이들은 월드컵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으며, 입장권 사업의 요구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월드컵 입장권 시스템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 같은 총평과 함께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등 개별 업체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업체들에 대한 평가는 첫째 제안서, 둘째 프레젠테이션 및 시연, 셋째 결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FIFA 대표들은 인터파크에 비해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탈락한 티켓링크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면 인터파크와 티켓링크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
우선 인터파크의 제안서에 대한 평가에서 “제안서는 총 2백 쪽이지만 이 가운데 17%만 입장권 시스템이 요구하는 기능에 할애됐다”며 “제안서 내용이 사업설명회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이며 기능의 실현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파크의 제안서에 대한 7가지 ‘우려사항’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티켓링크에 대해서는 “제안서는 모두 2백7쪽으로 53% 이상이 입장권 시스템이 요구하는 기능에 할애됐다”며 “제안서 평가에서 큰 우려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조직위의 사업내용과 무엇이 필요한지를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레젠테이션 및 시연에 대한 평가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됐다. 인터파크의 프레젠테이션과 시연에 대한 평가에서 “시연은 대체적으로 기술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조직위의 사업과정과 판매 단계 및 기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시연 과정에서 한국측 심사위원 1명과 인터파크 직원간에 기술적인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논쟁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인터파크 직원과 논쟁을 벌인 심사위원은 숭실대 L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티켓링크에 대해선 “신청서 처리 방식을 시연한 다음 개최지, 좌석 관리 기능과 함께 현장 판매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연 도중 (티켓링크의) 재정상태와 조직위와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있었으나, 심사위원회에서 다룰 사항이 아니었다”고 해 심사과정에서 불필요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 결론에서 FIFA 대표들은 인터파크에 대해 “제안서와 시연을 모두 평가한 후에도 전체적인 구조 등을 명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인터파크가) 조직위의 요구사항이나 월드컵의 특수한 조건들을 이해한 것 같지 않다”는 부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반면 티켓링크의 제안서와 시연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해를 할 수가 있었고, (티켓링크가) 조직위의 요구사항 등도 이해했다고 생각된다”며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일각에서는 이 보고서에 대해 “FIFA 대표들이 티켓링크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의혹은 FIFA 대표 심사위원들이 거의 일방적으로 티켓링크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판매대행사로는 티켓링크를 제치고 인터파크가 선정됐다. 티켓링크는 입장권 판매와 관련된 기술항목 심사에서는 인터파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대행수수료율이 인터파크보다 높다는 이유로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것이다.
FIFA대표 심사위원들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비밀’을 의미하는 ‘CONFIDENTIAL’이 적혀있다. 따라서 외부로 유출될 수 없는 보고서로 2000년 12월 당시 조직위에만 전달됐다.
그런데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도 이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찰에서 이 보고서를 토대로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