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STX는 1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강 회장의 대표이사직 사임건과 서충일 고문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강 회장은 13년 만에 STX그룹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됐다.
강 회장은 채권단의 압박 속에 지난해 7월 STX팬오션 대표에서 물러난 뒤 9월 STX조선해양, 11월 STX중공업의 대표 자리에서 연이어 내려왔고 이날 이사회의 결정으로 ㈜STX 경영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특히 (주)STX는 그룹 지주회사로서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회사라는 점에서 강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은 경영 무대 전면 퇴장을 의미할 수 밖에 없다.
이제 강 회장에게 남은 직함은 STX엔진 이사회 의장과 STX장학재단 이사장 등 두 가지뿐이지만, 두 자리 모두 경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할 만한 자리가 아닌 데다 이마저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써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강 회장의 성공신화는 빛이 바래게 됐다.
강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2001년 외환위기 여파로 흔들리던 쌍용중공업을 사재 20억 원을 털어 인수했다.
이어 범양상선(현 STX팬오션)과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잇따라 인수해 외형을 키웠다. 그룹 설립 첫 해 5000억 원도 못 미쳤던 매출액은 2012년 18조 8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해운업이 위축되고 그룹 주력인 조선업까지 악영향을 미치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3월 그룹 수직계열화의 한 축이었던 STX팬오션의 공개매각이 추진됐으며 다른 한 축인 STX조선해양도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다.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잇따라 자율협약 체제에 돌입한 데 이어 STX팬오션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결국 그룹 전체가 와해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강 회장은 사재까지 투입하는 등 회사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결국 채권단 압박에 못 이겨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내놓게 됐다.
강 회장은 STX 대표이사직 퇴진이 결정되면서 “미처 못 이룬 '월드 베스트'의 꿈을 반드시 이뤄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