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고별장’ 내부 모습. 위부터 침실, 화장실, 사 우나실. 건물주에 따르면 박 대통령 사망 이후 한 번도 수리한 적이 없다고 한다. | ||
93평 규모인 별장 건물은 박 전 대통령이 묵었던 침실과 서재, 응접실, 경호원실, 식당, 부엌 등이 갖춰져 있다. 현관을 들어서면 응접실이 보인다. 낡은 소파와 당시 사용했던 전화기, 인터폰 등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일본 소니에서 만든 텔레비전이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도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상태다. 응접실을 중심으로 현관 쪽에는 경호원들이 묵었던 방이 한 칸 있다. 침대 두 개에 붙박이장이 딸려 있는 경호원 방에는 별도의 목욕탕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서재로 들어서면 책상과 책장, 소파와 탁자 하나가 놓여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도 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비치돼 있었던 것이라고 집주인 이맹구씨는 말했다.
책장에는 큼지막한 ‘정치학대사전’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 박정희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리고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과 ‘한국단편문학전집’ ‘세계의 회고록 전집’ 등이 ‘전집류 시대’였던 70년대를 연상케 했다.
서재 옆에는 박 전 대통령이 묵었던 침실이 나온다. 창문이 하나도 없는 이 방은 제법 고급스럽게 꾸며졌던 것으로 보인다. 침대와 ‘금성사’에서 만든 텔레비전, 고급 스탠드 조명과 샹들리에 등이 갖춰져 있다. 붙박이장에는 일본산 자주색 가운 한 벌이 걸려 있었다. 집주인 이씨는 “박 대통령이 입었던 옷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침실에는 별도의 화장실과 목욕탕이 마련돼 있다. 화장실에는 70년대 당시에는 희귀했던 뒷물용 ‘비데’가 설치돼 있었고, 목욕탕에는 핀란드식 사우나까지 설치돼 있다. 도고별장 정원에는 자체적으로 파놓은 온천이 있다. 박 전 대통령도 이 온천수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집주인의 설명.
별장 내부에는 자잘한 살림도구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당시 사용했던 낡은 가구들이었다. 그런데 만약 집주인인 이씨가 이 건물을 허물기로 결정한다면, 이 물건들도 폐기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박정희 시대’의 ‘흔적’이 하나둘 지워져가고 있는 것이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