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으로 카스트로 씨는 고향으로 떠나기 전 밀린 임금과 퇴직금, 위로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노동착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사장인 홍문종 의원을 비롯한 박물관 측이 조기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카스트로 씨는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결과에 만족한다. 어제(12일)는 여권을 돌려받았고 오늘(13일)은 적금통장을 돌려받았다”며 “한국에 대해 나쁜 이미지도 있었지만 좋은 이미지도 있다. 아프리카박물관은 떠나지만 다시 한국에 온다면 다른 곳에서 일해 볼 생각도 있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12일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아프리카 예술박물관 노동자 숙소에서 예술가 라자키 씨가 현장을 방문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에게 천장에 머리가 닿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열악한 주거 환경을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요신문>이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소속의 예술인을 만나 노동자착취 논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박물관 측이 짧은 공연시간에만 근무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지만 1일 1시간씩 3회 공연하기로 했던 공연팀이 실제로는 공연 외 시간에 어린이 교육, 외부 공연, 박물관 잡일 등 근로계약서에 없는 노동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벽 전체가 곰팡이로 뒤덮인 숙소(위). 아래는 너저분한 집 마당.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
강기준 인턴기자
그곳은 불법 종합박물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로 여론이 들썩이는 가운데 홍문종 의원이 2010년 박물관을 인수한 이후 2년 6개월간 박물관이 불법건축물 시설을 통해 임대료를 받은 사실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건축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아프리카 박물관내 불법 시설물로 확인된 식당 건물.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내에는 이 외에도 지난해 초까지 10여 개의 불법 건축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건축물은 전시실, 문화체험실, 컨테이너로 된 근로자들의 숙소 등 총 16개동이었다. 박물관이 위치한 포천 소흘읍 일대 부지는 근처에 군부대 시설이 위치해 건물 신축 허가가 까다로운 곳이다. 그러나 철거했다는 컨테이너로 된 근로자 숙소 또한 근거 농지 부근에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줬다. 홍문종 의원이 박물관을 인수한 이후 포천시는 2012년 포천시가 보조큐레이터 지원사업 명목으로 1200만 원, 단체 관람료 지원 명목으로 800만 원 등을 지급했다. 경기도박물관협의회 또한 단체관람료 명목으로 2463만 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를 통해 주관 해설사 지원사업 700만 원, 한국사립박물관협회 교육사와 학예 인력 지원사업으로 1320만 원 등을 제공 받았다.
이에 민주당은 허영일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사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노동법 위반뿐 아니라, 군사시설보호법과 납세관련법 위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아니라, ‘홍문종 불법 종합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불법을 일상화하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홍문종 사무총장은 여당 지도부로서 자격미달”이라고 비판했다. [배]
“아프리카 사람은 하루 1달러면 충분” 비수 꽂아
<일요신문>은 지난 2월 13일 오전 경기도 포천 소흘읍에 위치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부근 이주노동자들의 집 방문을 두드렸다. 언론에 ‘곰팡이가 뒤덮인 집’으로 알려진 릴모와 에디의 집이었다.
아프리카 예술인이 숙소 벽에 있는 쥐구멍을 보여주고 있다.
실내는 무척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난방을 하지 않았는지 릴모와 에디는 집안에서도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있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조각가 릴모는 “곧 더 좋은 집으로 옮기게 될 것 같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릴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짐바브웨 출신 파이나가 릴모의 집을 방문했다.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어 곧 박물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파이나는 조각을 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하지만 파이나의 작품은 박물관 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파이나는 박물관 내 기념품 가게에서 물건을 팔거나 카페에서 커피 만드는 일을 했다. 파이나는 “아프리카에 있는 아버지와 형제들이 전부 조각가다. 나는 이곳에서 박물관 내 조각을 수리하거나 포장하는 일을 맡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부르키나파소 무용수 엠마뉴엘 씨는 “아프리카, 유럽 등 11개국에서 공연을 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전국 춤 경연대회서 우승도 했다. 유럽에서는 충분한 돈과 쾌적한 숙소가 제공됐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엠마뉴엘 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이었다. 엠마뉴엘 씨는 “생활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아프리카 사람이니까 1달러면 하루종일 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며 허탈해했다.
총 12명의 노동자 중 지난 2월 9일로 공연 계약이 만료된 부르키나파소 출신 노동자들은 23일 부로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아무런 언질도 없이 박물관을 떠나기도 했다. 나머지 짐바브웨 출신 노동자 4명은 3개월 더 일을 하기로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곧 한국을 떠난다는 카스트로의 집으로 향했다. 카스트로를 만나기 전 카스트로가 묵고 있는 집 주인 이상호 씨(56)를 만났다. 이 씨는 언론에 자신의 집이 ‘쥐가 나오는 집’으로만 비춰서 속상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씨는 “그 친구(카스트로)가 살고 있는 집은 내가 태어나서 40년을 넘게 살았던 집이다. 애착이 왜 안 가겠나. 박물관 소장이 부탁해서 그 친구들에게 집을 건넬 때도 싹 수리를 했다. 그 뒤 그 친구들이 관리를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며 “내가 이장이었기 때문에 우리 동네로 오는 외부인도 잘 받아주자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안타깝다”며 말끝을 흐렸다.
집에 도착한 카스트로는 그동안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아 조금은 만족한 듯 보였다. 카스트로와 함께 도착한 집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시골집이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쥐구멍이 보였다. 구석에는 쥐를 쫓는데 사용한 홍두깨도 보였다. 부엌 한 편에는 유통기한 2014년 1월 23일까지로 적힌 쌀 포대가 놓여있었다.
카스트로는 곧 떠날 방안을 훑어보며 “이 집에서 8개월을 살았다. 한국에서 처음 묶는 숙소였다. 숙소 상황에 대해 박물관 측에 여러 번 항의를 하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박물관 측에선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박물관 측은 “박물관 내 숙소시설을 철거하면서 임시 기숙사를 구하다 보니 시설이 열악한 건 사실”이라며 “문화시설이라고 설명해 주민들의 도움을 얻었다. 현재는 얼마가 들든 좀 더 나은 숙소를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배]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