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총리와 친인척 기업인 일진그룹 홈페이지. 사진공동취재단
정작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아직 출마선언 전인 김황식 전 총리와 정몽준 의원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유력 주자 모두 재계와 깊은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감사원장을 거쳐 국무총리로 정계에 입문한 김황식 전 총리는 재계순위 50위권 내 대기업집단인 일진그룹과 연결된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부인이 김황식 전 총리의 둘째 누나 김향식 씨로 허진규 회장이 김 전 총리의 매형이다.
김 전 총리와 일진그룹의 인연은 지난 2007년 인사청문회 때 알려졌다. 당시 허진규 회장 부부가 김 전 총리의 딸 결혼식 때 축의금으로 1억 원을 쾌척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2년 고위층 자녀들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논란 때도 일진그룹 일가가 등장하면서 김 전 총리에까지 불똥이 튀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일진그룹은 최근 지주회사 격인 일진홀딩스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벌써 지방선거 테마주로 엮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21일 2260원까지 떨어졌던 일진홀딩스 주가는 2월 13일 기준, 5780원까지 치솟아 3개월 새 2.5배가량 뛰었다.
박원순 시장과 제2롯데월드. 박 시장의 아들은 지난해 롯데호텔 임원의 딸과 결혼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구윤성 기자
지난해 일진그룹은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고 장·차남 ‘투톱 체제’를 완비했다. 특히 일진홀딩스는 장남인 허정석 일진파트너스 대표가 최대주주로 등극했는데, 이 과정에서 아들에게 곧바로 지분을 상속하는 대신 계열사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11월 허진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일진홀딩스 지분 15.3%를 장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일진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대략 173억 원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상속세는 최고세율이 50%에 달하지만 양도세는 20% 수준이기에 그만큼 절세 효과를 봤다”며 “일진파트너스는 지난해 대부분 매출액이 일진홀딩스 자회사인 일진전기에서 나왔을 정도로 내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한 회사로서 합법적 상속 취지가 무색할 정도의 편법이 이뤄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몽준 의원 역시 서울시장 출마선언이 임박하면서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주식백지신탁 문제가 관건이다. 이외에도 정 의원은 부인인 김영명 씨를 통해 정·재계 곳곳에 혼맥이 뻗어 있다. 정 의원의 장인은 고 김동조 전 외무장관으로 김 전 장관 일가는 정·재계 혼맥의 핵심으로 통한다.
김 전 장관은 슬하에 2남 4녀를 두고 있다. 모건스탠리 부사장을 지내기도 한 장녀 김영애 씨 남편은 대형 유조선 운영업체인 제너럴마리타임 대표를 지낸 최융호 전 사장이다. 차녀인 김영숙 씨 남편은 손명원 전 쌍용자동차 사장이다. 특히 손명원-김영숙 부부의 큰딸 손정희 씨는 헤럴드미디어 회장이자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정욱 전 의원의 부인이다. 정몽준 의원에게 홍정욱 전 의원은 처조카사위가 된다.
정몽준 의원의 처가 혼맥은 GS칼텍스와 연관돼 있다. 오른쪽은 GS칼텍스 주유소.
한편 재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롯데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박 시장 아들인 박주신 씨가 지난해 5월 롯데호텔 임원의 딸과 혼사를 치른 것. 총수 일가가 아닌 그룹 임원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적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지방선거 과정에서 잠실 제2롯데월드 특혜 시비가 또 다시 쟁점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은 제2롯데월드를 두고 이미 한 차례 입씨름을 벌인 바 있다. 지난해 11월 강남 아이파크에 헬리콥터가 충돌한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 박 시장은 “제2롯데월드는 지난 정권 국무총리실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건축 번복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당시 이혜훈 최고위원은 제2롯데월드의 층수 조정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며 박 시장에 맞서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 측은 “박 시장이 지난 정권에 있었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데 서울시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재난으로부터 국민들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시장의 기본적 책무다. 서울시장은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충분히 후속대책을 세울 수 있는 자리”라고 공세를 펼쳤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가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직한 일로 공격받았던 만큼 제2롯데월드 역시 또 다른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