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하이트진로 등 9개 소주업체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소주업체들의 가격 담합은 인정되지만 과징금 납부 명령은 부당하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소주업체들이 사장단 모임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하는 등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겉으로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업체들 사이에 소주 출고가격의 인상 여부, 인상률, 시기 등에 관한 가격담합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은 채 부당한 공동행위를 전제하고 과징금 납부명령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주시장은 국세청이 하이트진로를 통해 전체 소주업체의 출고가격을 실질적으로 통제·관리하는 특성이 있다. 나머지 업체들도 국세청의 방침에 따라 가격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결정하는 등 사실상 재량을 행사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6월 공정위는 소주업체들이 2007년 5월에서 2009년 1월까지 가격을 2차례 인상하고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담합해 1조 20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27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9개 업체들은 “사실상 국세청의 통제를 받으므로 담합할 이유가 없다”며 2010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은 “가격 담합에 대한 시정명령은 정당하지만,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 공정위는 소주업체들에 내린 250억 원의 과징금 부과 명령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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