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의외의 복병들이 많았다. 옛 남자친구와 주고받았던 낯 뜨거운 메시지들, 여행 가서 찍은 사진,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 클럽에서의 흔적 등 예비신랑은 꿈에도 모를 김 씨의 과거가 다른 사람 손에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결국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김 씨는 흔적을 지워주는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50만 원의 비용을 들여 과거청산을 끝냈다. 개인정보관리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46)는 “결혼시즌이 다가오면 예비부부들의 문의가 급증한다. 그중 여성이 70%를 차지한다. 아무래도 남자를 많이 만났다는 자체가 여자로서는 자랑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가벼운 사안에 대해서는 온라인 상담으로도 되지만 심각한 내용일 경우 직접 사무실을 찾는 사람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의도치 않게 가는 자리마다 남자들이 꼬여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는데 그만큼 여기저기 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찍은 누드사진부터 동거의 흔적, 전국 각지에서 찍은 커플 사진까지 혼자서는 이를 다 지우기 벅차 결국 업체를 찾은 경우였다.
김 씨는 “요즘은 혼수품 1위가 과거 흔적 지우기라고 말한다. 잘 살던 부부들도 과거 흔적이 나오면 싸움이 원인이 되고 이혼까지 이르는 경우도 많다. 법원에서도 상대의 과거가 이혼 사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재혼을 앞둔 여성들도 전 시댁과 관계된 것들을 모조리 지워달라고 의뢰가 들어온다. 연애경험이 결코 흠은 아니지만 불행의 씨앗을 미리 제거해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