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IOC 위원은 급여가 따로 있지 않은 명예직이다. 하지만 올림픽의 외연이 커지면서 IOC 위원은 단순한 스포츠 외교관을 넘어서 국빈 대접을 받고 있다. IOC 위원이 되면 200여 회원국을 비자 없이 자유로이 출입국할 수 있다. 각국 국가원수들을 면담할 권한이 주어지고, IOC 위원이 투숙하는 호텔에는 모국 국기가 게양된다. 위원이 총회에 참석할 때는 IOC에서 차량과 전담 통역사, 안내요원 등을 배정해준다.
이처럼 IOC 위원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자리이지만 각 국에 배정된 위원의 수는 한정돼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의 오너나 가족들은 스포츠계에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IOC 위원에 도전 이도 있다. 바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11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에 상당한 공을 세워, 이듬해 김재열 사장과 함께 나란히 대한체육회(KOC) 부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남자배구팀과 여자탁구팀, 스피드스케이트팀도 운영하며 한국 스포츠 발전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우리나라 올림픽위원회(NOC) 임원 자격으로 IOC 위원에 도전했지만 새 IOC 위원 후보 명단에 포함되는 데는 실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IOC 위원은 총원이 정해져 있어 결원이 생겨야만 새로운 위원을 뽑는다. 지난해에 도전했다가 선출되지 못했다” 면서 “나중에 IOC 위원 선출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고 재출마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IOC 위원 도전자 명단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름도 거론됐다.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올랐다. 이후 비인기 메달 효자 종목인 핸드볼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핸드볼 전용구장을 건립하고, 핸드볼 발전재단을 설립했다. 해체 위기에 놓인 여자핸드볼 용인시청팀을 인수해 재창단했다.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 국제핸드볼연맹 회장을 노린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에 최 회장이 IOC 위원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SK그룹에서는 최 회장의 의도를 확대 해석한 것일 뿐 IOC 위원 도전 의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예전부터 핸드볼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그래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 회장에 취임하고 한국 핸드볼의 위상과 외교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국제핸드볼협회 관계자도 만나는 등 열심히 활동을 했다”며 “그런 모습이 확대 해석되면서 ‘IOC 위원을 준비한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 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가장 유력한 차기 IOC 위원으로 지목된 김재열 사장도 확실하게 출사표를 던진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아직은 김 사장이 IOC 위원 도전을 위한 자격요건이나 준비가 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장인에 이어 도전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