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전한 한·중·일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각 5명씩이다.
△한국:박지은 9단(31), 이민진 7단(30), 김혜민 7단(28), 최정 4단(18), 이슬아 3단(23) △중국:왕천싱 5단(23), 쑹룽후이 5단(22), 위즈잉 5단(17), 차오유인 3단(27), 루자 2단(26) △일본:셰이민 6단(25), 오사와 나루미 3단(38), 오쿠다 아야 3단(26), 요시다 미카 8단(43), 후지사와 리나 2단(16).
한국은 일단 정예부대다. 조혜연 9단(29)이 빠졌지만, 일요일에는 대국을 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다. 중국은 왕천싱 쑹룽후이 위즈잉은 대회 때마다 나타나는 주전 선수들이다. 쑹룽후이는 재중동포, 송용혜. 차오유인과 루자는 낯선 얼굴. 나이로 보아 신예 비밀병기도 아닌 것 같은데, 왕천싱 쑹룽후이 위즈잉 세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뜻인지. 일본은 제일인자, 대만 출신의 셰이민이 어디까지 막아줄지가 관건이다.
16일 제1국, 한국 이민진과 중국 쑹룽후이가 테이프를 끊었다. 이민진은 2007년 제5회 정관장배 때 5연승, 2008년 제6회 때 3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견인하며 ‘정관장의 여인’으로 불렸다. 201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쑹룽후이는 2009년 제7회 정관장배 대회 때 초단으로 출전했던 신예였는데, 파죽의 6연승, 역대 최다연승 기록을 세워 스타덤에 올랐고, 그 공로로 초단에서 일약 5단을 받았다.
정관장배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의 대결이어서 전전 예상은 막상막하, 5 대 5 승부라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이민진 7단이 결혼-출산 등으로 잠시 일선에서 떠나 있던 터여서 아무래도 쑹룽후이가 조금은 우세할 것으로 보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그게 아니었다. 흑을 든 쑹룽후이가 이민진의 대마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이민진은 강인하게 버티면서 패를 만들고, 거꾸로, 공격하던 흑말의 절반을 크게 떼어 잡았다. 그걸로, 백이 반면으로도 20집 가까이 앞서는 낙승지세였건만 마지막 순간에 대마 사활을 착각, 40집을 허망하게 날리면서 역전패 했다. 착각하고 말고가 없는 자리였는데 충격적이었다. 315수, 흑 불계승.
17일 제2국, 일본의 선봉은 참가 선수 중 최고령인 요시다 미카. 백을 든 요시다는 노장답지 않은 투혼으로 용전분투했으나 275수 만에 1집반 차이로 분루를 삼켰다. 요시다 43세, 쑹룽후이 22세, 21년의 나이 차가 컸다.
18일 제3국, 한국의 2번 주자는, 데뷔 무렵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눈에 띄는 깜찍한 외모여서 ‘요정(妖精)’으로 불렸던 이슬아 3단. 다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까지는 승승했으나 이후에는 좀 조용한 모습이어서 한 가닥 불안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흑을 든 쑹룽후이가 187수 만에 불계승, 3연승으로 내달렸다. 정관장배에서의 기록이 보이기 시작했다.
19일 제4국, 일본은 선발로는 최고참을 내보내더니 두 번째는 최연소 후지사와 리나 2단을 등판시켰다. 이번 참가자 중 가장 이목을 끌었던 선수다. 일본 현대 바둑사의 전설, ‘괴물’ 후지사와 슈코 9단(1925~2009)의 손녀다. 바둑 명가의 후손인 열여섯 살 소녀가 과연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했던 것. 후지사와 리나는 쑹룽후이를 상대로 백을 들고 담대한 구상과 과감한 전략으로 232수 만에 불계승, 기대에 부응하며 갈채를 받았다.
20일 제4국, 한국의 3번 주자는 현 여류 국수 김혜민 7단. 김 7단은 지난해 제18기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에서 박지연 3단(23)을 2 대 0으로 꺾었다. 김혜민은 후지사와 리나에게 흑으로 145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김 7단은 21일 중국의 루자 2단에게 189수 만에 흑 불계승을 하고, 22일 일본의 오쿠다 아야 3단에게 흑 3집 반승을 거두며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황룡사배는 물론 만만치는 않다. 여기서도 결국은 한-중의 대결인데, 우리 김혜민 최정 박지은도 강하지만 중국의 위즈잉 왕천싱도 막강하다. 위즈잉은 지난해 황룡사배에서 6연승을 올렸고, 왕천싱은 재작년 무려 8연승을 기록한 바 있다. 가공할 화력이다. 대회 우승상금은 45만 위안(약 8000만 원),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다.
이광구 객원기자
<1도> 이 7단이 착각한 바둑. 우하변에서 중앙을 거쳐 좌변으로 흘러가고 있는 거대한 백말이 심하게 쫓기고 있다가 중앙 부근에서 멋지게 패를 낸 장면이다. 백1로 팻감을 쓰고 3으로 패를 따냈다. 흑은 우상귀 백을 향해 4로 내려섰다. 팻감이라고 쓴 것. 그러나 이 7단은?
<2도> 백2와 흑3을 선수교환하고 4로 패를 이어 버렸다. 우상귀는 손을 빼도 산다고 본 것. 한국 검토실의 후배 동료들은 “언니가 잘 보고 있다. 백이 거꾸로 덤을 주고도 10여 집은 남는다. 이겼다”면서 첫 승리에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1도> 흑4는 팻감이 못 되었다. 쑹룽후이도 그걸 알았겠지만, 달리 팻감이 없으므로 그냥 써 본 것이리라. 그런데, 흑7로 달려 들어올 때 백8이 패신에 홀린 착각. 보통은 이 자리가 귀의 사활에서는 급소지만, 지금은 아니었던 것.
흑9. 이 한 수로 귀의 백은 함몰했다. 백8로는 어떻게 두어야 했을까.
<3도> 백1로 부딪쳐 막는 것, 이 한 수였으며, 이걸로 백은 완생이었다. 흑2면 그때 백3! 흑6에는 백7로 그냥 받으면 된다. 흑8로 따내면 백9로 막아 완생.
<4도> 흑1의 치중은 백2로 이어 그만이고, <3도> 백1 때 <5도> 흑1쪽에서 비마로 달려오면 백2로 막는다. 다음 흑3에는, 사는 수는 여러 가지지만, 알기 쉽게 백4로 두어도 된다. 계속해서 <6도> 흑1로 치중해 오면 백2로 한 집을 내고 흑3에는 백4가 있다. 흑5로 키우면? 백6으로 따내고 <7도> 흑1로 먹여칠 때 백2로 나가는 수가 있는 것. 흑3이면 백4.
<1도> 흑7로 <8도> 흑1 비마로 오면? 백2쪽에서 붙이고 흑3 젖히면 백4 찌르고 흑5 따낼 때 다시 백6으로 갖다 붙인다. 흑7로 젖히면 백8로 몰고 흑9 따내면 백10으로 몰아, 모양은 좀 어지럽지만, 양패!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