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위현석) 심리로 이날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현 회장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반을 파악하는 중이다. 피고인과 의견 교환이 돼야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소사실 전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이어 “(공소사실을) 샅샅이 파악해 준비하기 어렵다”며 “심리 순서를 미리 정해 초기 심리 부분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 회장은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함으로써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 3000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계열사에 6652억 원 상당을 부당 지원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와 횡령·배임수재 등 개인비리 혐의도 있다.
현 회장과 범죄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 전 동양네트웍스 사장, 이상화 전 동양인터내서널 사장 등 10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정진석 전 동양증권 사장 측 변호인은 “발행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피고인이 판매사 사장으로서 머리 숙여 사죄한다”면서도 “회사채나 CP를 판매한 사실은 인정하더라도 만기상환능력을 불감하고 발행사 대표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고 공소사실에도 어떻게 공모했는지 나타나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매 창구에서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발언하고 투자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대표이사 차원에서 판매를 강요하거나 만기상환을 보장한다고 거짓말하고 판매하도록 지시하고 강매하지 않았다”며 “형사 책임을 질 만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 회장 등의 변호인은 이날 “공소사실에 관한 기록이 51권으로 방대하고 공소사실이 특정돼 있지 않다”며 “검찰이 피고인 별로 증거목록을 세분해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검찰에 다음 기일까지 공소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것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여러 차례 잡아 앞으로 진행할 공판의 쟁점과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다음 준비기일은 다음 달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