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6가 굿모닝시티 사무실에 서 투자자들이 투자자 대표의 기자회견을 듣고 있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임직원 회의 결과’ 자료에서 나타났다. 임직원 회의 자료는 윤창렬 전 굿모닝시티 회장이 참석한 주요 경영회의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작성된 이 회의록은 당시 굿모닝시티가 부도설에 휘말리면서 급박하게 돌아갔던 내부 경영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굿모닝시티는 외환은행으로부터 무려 3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대출받으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굿모닝시티는 외환은행에 대출 관련 서류를 접수시켰으나, 막판에 대출이 좌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문제는 굿모닝시티의 외환은행 대출 시도 과정에 정·관계 유력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 굿모닝시티 전·현직 임직원들도 ‘특명을 띤 사람’ 혹은 ‘비선 조직’이 가동됐음을 시인하고 있다.
이 자료에 나타난 ‘10월 둘째 주 임직원 회의 결과’ 자료를 보면 10월 둘째 주에는 ▲사장님 지시사항 ▲영업관리부 금주 업무추진 계획 ▲굿모닝시티 추진 상황 ▲중도금에 대한 계획서 등의 안건을 놓고 회의를 열었다.
이 가운데 굿모닝시티 추진 상황과 관련, ‘중도금 대출 문제-외환은행 3천억원 대출 추진’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문구에는 ‘부지매입 완료, 시공사 연대보증 추가 요구’라는 문구도 덧붙여져 있다.
이는 당시 굿모닝시티가 분양계약자들에게 중도금을 대출해주기 위해 외환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음을 말해주는 대목. 회의록을 보면, 대출 신청 서류를 외환은행에 제출한 시점은 10월 이전으로 추정된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또다른 내부자료인 ‘굿모닝시티 주간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이 회사는 중도금 2차 대출 희망자는 전체 분양계약자 3천여 명 중 2천여 명으로 최소 1천1백억원 정도의 긴급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외환은행은 대출의 전제조건으로 굿모닝시티측에 쇼핑몰 부지를 완전 매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당시 건설 시공사였던 동양메이저건설의 연대보증도 요구했다. 그래야만 3천억원의 대출신청을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굿모닝시티는 외환은행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굿모닝시티 쇼핑몰 부지를 매입할 만한 자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시공사도 연대보증을 서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일요신문>이 입수한 굿모닝시티 내부 회의 자료들. | ||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지다가 지난해 12월 회의록에 ‘외환은행장 3천억원 대출, 12월15일→확인서→오늘 도착’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대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굿모닝시티가 다른 루트를 통해 대출건의 성사를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부분이 주목되는 것은 대선일(12월19일)을 전후한 시점이라는 것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고위 관계자는 “은행장은 여신업무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기업에 대한 대출과도 관련이 없다”라며 “대출과 관련해 은행장이 확인서를 (굿모닝시티측에) 써줬다는 회의록 내용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굿모닝시티의 대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출 자격 요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굿모닝시티는 외환은행으로부터 대출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미 우리은행으로부터도 대출을 시도했다가 좌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금융권에선 굿모닝시티에 대해 ‘대출 부적합 기업’이라는 판정을 내렸음에도 굿모닝시티는 외환은행 대출을 계속 추진했다는 얘기.
이런 와중에 취재과정에서 굿모닝시티 한 전직 임원은 “당시 굿모닝시티와 외환은행을 연결해준 로비스트가 있었다”고 전했다. 대출여건이 맞지 않았음에도 굿모닝시티가 외환은행으로부터 계속 대출을 시도한 것은 배후가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굿모닝시티의 또다른 임원도 “지난해 외환은행으로부터 대출받으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윤 회장의 ‘특명’을 받은 사람이 대출을 시도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특명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입을 닫았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뤄 윤창렬 회장의 외환은행 대출 시도과정에 유력 인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굿모닝시티의 한 직원은 “외환은행 대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난해 윤 회장은 일본과 홍콩, 미국 등에서 외자를 유치하려 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 외자유치에 성공한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
이 직원은 그러면서 “회사 외부에 윤 회장의 비선 조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비선 조직에는 정치권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다는 소문만 나돌았다는 것. 따라서 굿모닝시티 전·현직 임직원들이 말하는 ‘특명을 받은 사람’과 ‘비선 조직’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굿모닝시티의 한 임원은 “지난해 여당의 C의원도 회사를 찾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작년 (굿모닝시티) 창사기념일에 초청받아 딱 한 번 방문했다”며 “이 사건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다.
어쨌든 굿모닝시티의 외환은행 대출 시도는 결국 실패했지만 이 회사 전·현직 임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특명을 받은 사람’의 정체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기업이 수천억원을 대출받으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누군가 힘있는 사람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